#연애 잘하는 사람이 고양이도 잘 키운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돈, 부지런함, 책임감, 관련 지식 등을 떠올렸을 텐데요.
전부 아닙니다.
돈은 꼭 필요하지만 정서적인 부분을 채워주진 못하죠.
부지런함과 책임감은 어떨까요?
부지런히 고양이 똥오줌 치우고, 제때 밥 주고, 놀아주다 보면 고양이의 만족도는 쭉쭉 올라가지만, 지친 집사의 행복도는 되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초보집사인 저는 지난 글에서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건 [예정된 이별] 이라고 했는데요.
그래서 고양이가 죽고 나면 후회가 될 것 같아 열심히 놀아주고, 예뻐하고 아껴줬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놀랍게도 그 문제점은 제가 소싯적 연애할 때 겪었던 것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이불킥을 하고 싶은 그 시절을 말입니다.
고양이는 대체로 독립적입니다. 혼자 잘 놀고, 혼자 밥도 잘 먹고, 몸단장도 알아서 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죠. 도도한 그녀의 관심을 사기 위해 간식도 주고, 야옹 거릴 때마다 우쭈쭈 하고, 시종일관 무표정한 고양이의 얼굴에서 감정을 읽어내기 위해 애를 썼죠.
배고파? 심심해? 졸려? 쓰다듬어 줄까? 서운해? 삐졌어?
그렇게 2개월이 흐르는 동안 꽤 독립적이던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놀던 그녀는 한시도 저와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고, 저 또한 온종일 고양이를 돌봤습니다.
너무 사랑해서 행복하지만 피곤한 관계가 되어버린 거죠. 젊은 날, 저의 흑역사 연애처럼요.
함께 있을 때의 검정에 치우쳐 떨어져 있을 때 불안감을 느낀다면 더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수백 번 깨닫고도 고양이와의 관계에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겁니다.
실제로 이런 관계가 유지되다 보면 고양이는 분리불안을 겪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 고양이 곁엔 똑같이 불리 불안을 겪고 있는 집사가 있고요. 새벽마다 잠을 깨우는 이 녀석 때문에 생긴 예민함과 까칠함은 덤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고양이의 요구를 가끔 무시하며 가져갔던 서로의 독립심을 다시금 돌려주고 있습니다.
연애가 힘들어 고양이를 택했다면,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 반려 동물을 택했다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연애나 양육이나 독립적인 태도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건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