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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엘 Apr 15. 2024

초등생도 미니멀리즘 가능할까?

#아이 키우면서 미니멀리즘 실천하기

: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

엄마: 이참에 버리고 싶은데... 되게 망설여져.


물건을 버린다는 게 쉽지 않은 엄마와 딸.

한 번쯤 고민하고, 경험해 본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Q. 미니멀리즘이 뭐라고 생각해?

A. 들어본 적은 있어. 최대한 절약한다고 해야 하나? 돈을 절약한다, 그런 거 아닌가?

Q. 어떤 방식으로?

A. 어... 충동구매 안 하는 거?

Q. 지금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해?

A. 아니.

Q.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

A. (절레절레) (웃음)

Q. 해야 되겠다,라는 필요성은 느껴?

A. 아니, 내가 그렇게 많이 사는 편은 아니긴 해가지고.



Q. 미니멀리즘이란?

A. 우선 깨끗한 방이 떠올라요. 침대 밖에 없고. 다른 물건이 없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 아이를 키우는 저희 집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그림의 떡? 독립하면 할 수 있겠지, 결혼하면 할 수 있겠지, 나중에 해야지... 평생 미루며 산 것 같은데요?(웃음) 


엄마와 딸은 미니멀리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엄마: 볼만해?

: (갸우뚱)

엄마: 재밌진 않지....?

: (끄덕끄덕)

엄마: 어려워?

: (끄덕끄덕)


딸에겐 평생 모은 인형들이 있다.

딸의 보물 1호가 방 한편을 채우고 있는 한, 우리 집에 미니멀리즘은 불가능하다고 엄마는 생각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비워냈다'라는 결과 아니라 시작, 그리고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저도 물건을 잘 못 버려요. 아이 물건 탓 했지만, 사실 불필요하게 남아있는 제 물건이 더 많거든요. 대표적인 건 '이건' 데요, 오늘은 꼭 정리해 보겠습니다.



엄마: 이거 뭔 줄 알아?

: 그게 뭐야?

엄마: 엄마 초등학교 일기장

: 우와, 유물을 꺼냈네.

엄마: 이걸 지금 삼십 년째 보관하고 있는데, 못 버리겠더라고. 2학년 때부터 있어, 1989년. 근데 이게... 내 속 마음을 적은 일기가 아니라 숙제로 제출하려고 쓴 일기라서 큰 의미가 없거든. 그래도 못 버리겠더라고. (에취!) 먼지가 쌓였는지 재채기가 나온다.


엄마: 다큐멘터리에서 주인공이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오랫동안 봉인된 상자들을 발견하잖아. 그게 뭔가, 하고 열어봤더니, 아들이 어릴 때 했던 숙제, 필기 등 잡다한 종이들이 들어있었고. 완전 엄마 이야기다, 그렇지? 왜 버리지도 못하고 삼십 년 동안 가지고 있는 건지, 의미 없는 행동인데. 마지막에 주인공이 한 말이 너무 와닿더라고.


추억은 물건에 담긴 게 아니다.


엄마: 이참에 버리고 싶은데 되게 망설여져..

: 지금 버리면 버릴 같긴 한데, 엄마 맘대로 해.

엄마: 심지어 일기장도 아닌 한자 공책이 있어. 왜 이걸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고 있을까.

: 나도 그 정도는 아닌데.

엄마: (웃음) 그러게 말이야. 스크랩북도 있고. 이건 진짜 유물이다, 유물. 기본질서생활본. 종이가 완전 드라마에 나오는 종이 같아. 근데 엄마는 이런 옛날 물건이 좋거든. 못 버리겠는데... 그래도 이번에 조금이라도 정리해야겠어. 일단 일기장은 놔두고...


다큐멘터리를 볼 땐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근데 막상 또 망설여지더라고요. 그래도 오늘, 조금이라도 정리를 해야 한다, 아주 조금의 비움이라도 의미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일기장을 제외한 건 다 정리를 했어요. 죽기 전엔 다 버리고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비워나가야 할 것 같아요.


엄마: 너는 어때? 인형이 좀...

: 많은 것 같긴 해.

엄마: 그럼 한번 정리해 볼까. 이제 마음속엔 인형 대신 고양이가 들어왔으니까.



특별히 아끼는 인형을 제외하고는 근처 소아과에 나눔을 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린 새삼 인형에 담긴 추억을 나눴다.


엄마: 인형 중 절반은 봉투에 담고, 절반은 남았네. 기분이 어때?

: 후련하기도 한데 있던 애들을 버린 게 조금 아쉽기도 해.

엄마: 앞으로 매해 마지막 달에 일 년 동안 쓰지 않은 물건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 (곤란한 표정으로)...버릴 게 없으면 어떻게?

엄마: 안 버리면 되지.

: 그럼 좋아.

엄마한번 해보자!

: 응!



오늘도 이만큼 비워냈다.

내가 알고 모르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을 보는 것처럼 내게 소중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별하기 위해 우린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로 했다.



엄마: 저렇게 많이 버렸는데 왜 티가 안 나지?

: 아냐~ 아까보단 훨씬 나아!


맞아. 미니멀리즘이란, 하얗고 심플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니까.


https://youtu.be/hToMESXIsBI?si=bmKOx9u_cisYaf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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