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야 말라닌으로부터
이토록 눈부신 니가 넘어졌다
차마 멈추지 못하고 일어서고야 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내 심장이 울렁인다
부서진 몸으로 깨어진 마음을 감싸고 연기한다
그토록 눈이 부신 얼굴로
한 번도 아팠던 적 없는 웃음을 짓는다
순간 세상에서 가장 슬픈 가면이 된다
그 너머 일그러진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기에
빛이 났고 아름답고 완전했기에
눈물 흐른다
그렇듯 가면을 벗고 나도 함께 울어야겠다
동계올림픽을 보고 있었어요. 남자 피겨 스케이팅은 잘 보지 않았었는데 우리나라 차준환 선수 덕분에 챙겨보게 되었죠.
그러다 일리야 말라닌 선수를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 봤어요.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의 연기는 이 세상 너머의 어떤 것을 표현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빛이 나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온 듯한 표정과 몸짓을 보는 것 같았죠. 물론 아마도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작용했을 거예요.
그러던 그가 개인전 프리연기에서 연달아 실수를 하더라고요. 그냥 슬펐어요. 연기가 끝나고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보는 게 힘들 정도로요. 그의 연기를 보면서 많은 감정이입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의 심정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올리는 오늘, 기사에서 그의 인터뷰를 접했어요. 우리는 모두 나를 강하게 보이는 갑옷이나 가면을 쓰고 타인을 대하고 있고 늘 연기를 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연기에 사연이 있을 겁니다.
그 사연에 오늘도 소리 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 위에선 겉으로 가장 강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속으로는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면서 "아무리 제정신을 유지하려 애써도 두려움은 마음을 어둠으로 끌어당긴다"라고...
일리야 말라닌의 인터뷰 내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