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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징 Aug 08. 2023

게으르고 소심하게 환경 지키기

안 하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낫겠지


230807



푹푹 찌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기온은 연일 30도를 당연하듯 넘겨버린다. 이 더위는 대체 언제 끝나나, 끝나긴 하는 건가 막막한 와중에 이번 여름이 앞으로 가장 덜 더운 여름이 될 거란다. 이상기후로 매년 기온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니 지구 온난화니, 고등학생 때 풀던 지리 문제집에서나 보고 말던 단어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피부로 온전히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확실히 날씨가 뭔가 좀 이상하다.      


이상기후의 원인이야 잘 알고 있다. 환경오염… 자연파괴… 어쩌고저쩌고. 다만 이런 단어들은 아무래도 단어 자체가 스케일이 커도 너무 커서 좀처럼 내 일 같지 않은 게 문제다. 환경오염이 너무 걱정된다느니, 자연파괴가 어떻다느니 이야기를 꺼내기도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든다. 어울리지도 않게 거창한 소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너 잘났다.”라며 핀잔을 들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머쓱하단 이유로 모르는 척하기엔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걱정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고.      


다행히 이런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건지, 환경을 위한 여러 실천 방안 같은 것들이 제법 유행처럼 번졌다. 비건과 제로웨이스트는 이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다. 그러다 보니 인플루언서 중엔 비건을 선언하는 사람도 제법 많아졌고, 제로 웨이스트를 주제로 삼고 브이로그를 찍는 채널도 많아졌다. 그 덕에 나 역시 실천 방안도 이것저것 주워들은 건 많다.      


문제는 내가 그걸 완벽하게 실천하기 참 부담스럽고 힘들다는 거다. 그야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알려주는 실천 방법은 정말 일상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고, 조금만 바지런히 움직이면 뚝딱뚝딱해낼 수 있는 것들이긴 한데. 큰마음 먹고 실천해볼까 하는 순간 벽에 부딪힌다. 내가 지나치게 게으른 탓이다.      

귀찮아서 설거지도 밀리고 밥도 챙겨 먹기 귀찮아서 대충 라면이나 먹고 치우는 날이 허다한 나에게 갑자기 고기 없이 채소 위주의 식단을 꾸리고 천연 수세미를 만들어 사용하며 밀랍 랩을 활용하고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러 직접 식당으로 향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이게 다 별거 아닌 것 아는데, 나에겐 몹시 별거란 말이다. 가보자고! 하고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난 역시 안되는가 보다 하고 다 놓아버리기 일쑤다. 공교롭게도 게으른 나는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는 약한 멘탈의 소유자이기까지 해서.      


그러나 한 번 신경 쓰이기 시작한 이상 ‘아, 저 그냥 안 할랍니다’하고 외면할 수도 없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게 안 되더라고.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지는 못해도 쓰레기를 버릴 땐 일말의 죄책감 정도는 드는 작은 양심은 생겼으니, 그 양심이나마 지킬 수 있는 작은 실천 정도는 해보기로 했다. 마침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여러 명이 소고기를 조금씩 덜 먹는 것이 환경에는 더 낫다’는 게으르고 소심한 환경운동가에게 힘을 주는 글도 어디에선가 보았으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합리화도 좀 해보고.      


말은 거창하게 시작했으나, 그래서 내가 실천하기로 한 건 고작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대나무 펄프 휴지 쓰기’ 정도다. 이건 뭐, 너무 소소해서 실천 방법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도 뻘쭘하다. 물론, 이 외에도 나름대로 실천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찾아서 시도해보긴 했지만, 그중 습관으로 완전히 정착한 것은 딱 이 둘.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나을 테니 나 자신을 대견해 하련다. 거창하게 환경운동가라고 이름 붙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신경 쓰고, 소소한 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고 믿으면서.      


사실, 환경오염과 자연파괴는 국가와 기업이라는 큼직한 곳들의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이 주는 영향이래 봐야 미미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물을 아끼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봐야 공장에서 폐수를 콸콸 쏟아낸다면 티도 안 날 테니까.   

   

그러나 소용없다고 포기하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백배 낫다.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 건 비관론자가 아닌 낙관론자라고 믿으니까. 그러니 ‘그래 봐야 소용없다’라는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 내 수준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야금야금 실천해보련다. 작은 실천이 하나둘 모이면 결국 무언가는 변한다.      


대나무 펄프 화장지를 검색해보니, 내가 처음 사서 쓰기 시작했을 때보다 판매처가 훨씬 많이 늘었다. 전엔 살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마 나처럼 화장지라도 바꿔보려는 사람들이 꽤 늘어난 덕분이겠지? 여전히 일반 화장지보다 비싸지만, 이게 점점 더 잘 팔리게 되면 제조사도 많아질 거고, 그럼 가격도 조금씩 내려가지 않을까? 그럼 화장지를 고를 때 이왕이면 대나무 펄프를 고르는 사람도 늘어날 거고. 세상은 아마 이런 식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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