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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원에 아일랜드 티켓 GET!

다시 시작하는 아일랜드 여행기 <비긴 어게인 아일랜드>




술김에 질렀다. 비행기 티켓을. 올해 다시 또 아일랜드 여행을 목표했고 의지도 따랐지만, 실행력이 부족했다. 좀 더 나은 시기를 저울질하다가 주저하는 내 모습이 보기 싫었는지, 주신 酒神이 시기를 점지, 일사천리로 항공권을 예매했다. 출근하지 않는 나에게 여행 기간을 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흰 도화지 안에 그려야 할 그림과 같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 이젠 내 상황보다 항공사 사정이 더 중요하다. 새해가 지나고 남은 겨울과, 봄 시즌은 유럽의 비수기 시즌이라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지나고 보면, 내 아일랜드 여행은 남들이 선호하지 않은 시기가 선호하는 시기였다. 아무리 훌륭한 여행지도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그 감흥도 1/N으로 쪼개지고, 쉽게 지친다(누구나 그렇지만). 힘든 여행을 지향하지만, 내가 날 조련함에 의한 것이지 외부 요인은 제외된다. 1년을 열두 달로 나눠서 아일랜드 여행의 적합도를 개인 분석해봤다. 1~2월은 여행객이 가장 적지만, 해가 짧고 추위가 장애요소다. 2014년에 이미 경험한 바로 항공권이 저렴해도 무관심모드다. 3월은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St. Patrick's Day가 있는 달이라, 아일랜드는 축제 분위기다. 한국보다 기온은 낮지만, 영상권 날씨가 유지되며, 항공권 가격도 1, 2월과 비슷하다. 3월부터 5월까지가 내 출국 시점이다. 그런데 매번 이 시기에 가다 보니 다른 계절이 궁금했다. 여름은 성수기라 일찌감치 포기(하지만 아일랜드는 여름 최고 온도가 20도 후반이며, 습도고 낮아서 여름을 보내기 정말 쾌적하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포함된 10월이 내 출국 포인트다. 원래 작년 10월에 여행 기획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못 갔다.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게 됨이 그 이유다. 결국, 올해도 늘 그렇듯, 다시 봄에 떠나기로 했다.



20130418_132317.jpg 2013년,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을 이용해 암스테르담 경유



20160401_202644.jpg 2016년,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를 이용해 뮌헨 경유


2013년과 2016년. 4월에 두 번 아일랜드로 떠났었다. 조금의 변화를 주어 5월로 출국 날짜를 정했다. 이제 공은 항공사로 넘어갔다. 2월 초부터 생각날 때마다 ‘스카이 스캐너’ 앱을 열어, 70~80만 원대 왕복 항공권을 뒤져봤다. 그럴 때마다 80만 원대 영국 항공 British Airways 티켓이 최저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매년 이렇게 독보적으로 저가 프로모션을 하는 항공사가 있는데 올해는 영국항공이 그렇다. 앞자리 8을 7로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에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학수고대의 인내가 술김에 소멸했다. 몽롱한 상태에서 결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음 날 아침 확인해보니 지르긴 질렀다. 여권에 명시된 내 이름도 정확히 기재했다. 오기의 흔적은 전무했다. 행위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전광석화한 순간에도 집중력은 살아있었다. 며칠 후 확인 메일이 온다는 공지사항을 보고 이 모든 사실은 잊고 지냈다.



항공01 - 복사본.jpg 아일랜드 왕복 티켓 구매



1주일이 지났을 거다. 문득 확인 메일의 존재가 궁금해 스팸 메일함까지 뒤졌으나 함흥차사다. 혹시 몰라서 스카이 스캐너 결제창을 Print-Screen 했었다. 이 정보를 가지고 영국항공사에 직접 전화했다. 상담원에게 예약 번호를 대고 상황을 점검하니, 해당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어서 상담원은 “혹시 스카이 스캐너로 예약하셨나요?”라고 묻길래 그렇다고 답하니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차분한 목소리로 영국 항공 사이트에서 다시 예약하라고 주문했다. 성격에 따라 왜 앱에서의 결제가 되지 않냐고 따지는 사람과, 전화를 끊고 곧이곧대로 실행하는 유형이 있는데 난 후자를 택했다. 급할 게 없으니. 전화 통화를 마치고 영국 항공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에 했던 조건(날짜, 시간 등) 그대로 예약 절차를 밟았더니 비용도 얼추 비슷했다. 역시나 70만 원대로 내려가진 않았고, 그래도 80만 원 초반을 유지해서 미련 없이 결재 단계로 넘어갔다. 세금 및 수수료 포함 804,900원(환율 미적용)에 아일랜드 왕복 티켓을 구했다. 가장 중요한 일정이 픽스되니 본격적인 여행모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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