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순간 불어 들어온 바람

아일랜드 여행 동화 <위클로우의 파라다이스>




위클로우2.jpg






(3년 전)

머피는 할머니와 함께 아일랜드 남부 지역인 코크에 살았다.


“머피는 흰옷이 잘 어울린다니까.”

“할머니는 준비 다 됐어요?”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는 머피의 도움으로 주말마다 교회에 다녔다. 머피는 언제나 할머니의 다리가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할머니는 흐뭇해하면서 기도 내용을 읊을 때마다 발음이 부정확한 머피가 걱정되었다. 머피는 예배를 보는 도중 계속 코를 풀었다. 때문에 머피의 코는 헐고 항상 빨갛게 부어 있었다. 할머니는 머피를 병원에 데려가기로 했다.


“오늘은 공기가 참 달아. 머피도 시원하게 숨을 쉴 수 있다면, 이 공기 맛을 느낄 수 있을 텐데 말이지.”

“병원은 무서워요.”

“머피야! 너 병원 할아버지 좋아하지?”

“네.”

“할아버지도 머피 네가 보고 싶은 모양이야. 날 볼 때마다 네 안부를 물었어.”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하세요.”

“그럴 게 아니라, 우리 내일 할아버지 만나러 갈까? 간 김에 머피 코도 봐달라고 하고. 할아버지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안 아프게 치료해 주는 의사라서 머피도 안심할 거야.”

“정말요?”

“병원에 갔다가 바닷가에서 네가 좋아하는 연도 날리고, 어때?”

“음, 알았어요. 할머니”

“치료 잘 받으면 할머니가 젤라토 아이스크림도 사줄게.”


다음 날, 머피는 할머니 손을 잡고 병원에 갔다. 의사와 간호사, 이렇게 두 명뿐인 병원에 머피 또래의 남자아이가 있었다. 남자아이는 소파에 앉아 TV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할머니는 머피를 진료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의사 할아버지가 머피를 반겼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그런데 밖에 있는 쟤는 누구예요?”

“누구? 아! 우리 손자야. 머피가 몇 살이지?”

“전 9살이에요.”

“그럼 머피에게 친구를 소개해 줘야겠구나, 브랜든!!!”


브랜든은 진료실로 오지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가 머피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간호사는 카운터 아래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브랜든이 숨어 있음을 알려 주었다.


“브랜든, 너 혹시 머피가 좋아서 그런 거야?”

“아…… 아니에요. 그냥…… 전…… 뭐……”


머피가 말을 이어받았다.


“브랜든! 난 코가 막혀서 너와 같이 웅크려 숨어있지 못해.”

“어…… 그러니?”

“부럽다. 나랑 친구 하자.”


머피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브랜든은 얼른 악수하고 빨개진 얼굴로 간호사 곁으로 돌아갔다. 치료를 마친 머피는 할머니와 바닷가로 향했다. 브랜든과 악수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에는 연을 들었다. 바닷가 바람이 머피의 긴 머리를 헝클어 놓았다. 머피는 긴 숨을 들이마시고 연을 날렸다. 할머니 말대로 연은 바람을 타고 하늘 속에 파묻혔다.




이전 01화1. 안녕하세요, 머피에요. 비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