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왜 머피의 코가 작아졌을까

아일랜드 여행 동화 <위클로우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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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옷에서 지우개 냄새가 나”

“아빠, 싫어!!!”

“왜 여기로 이사 온 거야. 친구가 없잖아.”


머피의 가족은 작은 도시 코크에서 수도인 더블린으로 이사를 왔다. 아빠는 오른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더블린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집안 사정을 알 리 없는 머피는 친한 친구와 헤어져야 했기에 한동안 우울했다. 퇴근한 아빠가 안아주면, 머피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도망갔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휴일 낮, 아빠는 시계처럼 움직였다. 알람소리에 깨서 아침을 먹고,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는 낮잠을 취했다. 엄마는 집안인데도 운동복을 전부 갖춘 채,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 중이다.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머피는 아빠, 엄마의 동선과는 상관없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러닝머신 위에서 내려와 헤드폰을 벗었다.


“머피, 엄마 수영하러 갈 테니까 숙제하고 있어.”

“아, 그리고 비 그치면 밖에 빨래 좀 널어놔. 세탁기 안에서 썩겠다.”

“……”

“머피, 대답 안 하니?”

“몰라.”

“저…… 저저 암튼 돌아와서 확인할 거니까 알아서 해!!”

‘내가 무슨 이 집 심부름꾼이야?’


머피는 혼잣말로 짜증을 냈다. 창문을 반쯤 열고, 비가 그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런데 머피의 바람과는 다르게 먹구름 속에 숨어있던 빛이 나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팔을 괴고 잠이 든 머피는 잠에서 깨며 소리쳤다.


“아!!! 아프단 말이야!!”

“머피, 요 녀석 지금 잠이 와?”

“으아!!! 괴물이다!! 언제 비가 그쳤지?”


엷은 노란 띠로 된 물체가 공중에 빨래 널 듯 걸려 있었다. 바로 노란 먼지 괴물이었다. 주로 코가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데, 비가 그치면 나타난다. 특히 괴물은 해로운 공기를 먹고 살아, 타이어 공장이 집중된 머피 동네에 자주 출몰한다. 머피는 얼른 창문을 닫고 책상 밑에 들어가 엎드렸다. 잠시 뒤 밖이 조용해진 것을 확인한 머피는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엄마의 부탁대로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다 세면대 위 거울을 바라봤다.


‘내 코가 작아졌어 또……’


머피는 얽힌 빨래 덩어리를 들고나와 식탁에 던져 놓았다. 얼마나 세게 엉켰는지 한 덩어리가 된 빨래는 바위처럼 단단했다. 터지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빨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손에 쥔 빨래는 곧 마법처럼 풀렸다. 약속이나 한 듯, 엄마가 부산스럽게 들어왔다. 빨래가 널린 걸 본 엄마는 머피를 안아주려고 달려들었다.


“아이고 내 딸, 하면 잘하면서”


머피는 엄마를 피해 방으로 들어갔다. 머쓱한 엄마는 부엌으로 향했다. 마트에서 사 온 재료가 꽤 많았다. 엄마는 방에 들어간 머피가 들릴 정도로 마트에서 사온 물건을 장바구니에서 꺼내며 하나하나 읊었다. 머피는 세탁한 지 오래된 꼬질꼬질한 수건으로 코를 풀었다. 그리고 침대에 엎드려 베개의 양끝을 귀에 대고 소리를 막았다. 잠시 비췄던 해는 어느새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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