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떠나자, 위클로우로

아일랜드 여행동화 <위클로우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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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는 구름 이불을 덮고 초원에 누웠다. 눈을 떠, 상쾌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바로 옆, 나무에 달린 줄을 스탠드처럼 당기자 나뭇잎 사이로 해가 내비쳤다. 행복에 겨워 이 순간을 만끽할 무렵, 어디선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구름이 놀라 사라지고 추위가 몰려왔다. 머피는 울기 시작했다.

꿈이었다. 경기를 일으키듯 눈을 떴다. 엄마가 소리쳤다. 오랜만에 일을 했더니 지쳐 잠이 들었다. 저녁을 함께 만들고 같이 치우자는 게 엄마의 소원이었다. 생각해 보면 요리하고 치우는 건 온전히 엄마 몫이었다. 얼른 일어나 엄마 일을 도왔다. 원하는 걸 얻으려면 열심히 해야 했다.

1시간 만에 끝났다. 단합의 힘은 놀라웠다. 아빠와 엄마는 피곤했는지 소파에 누워 아무 말도 없었다. 갈증이 생긴 머피는 물 한잔 마시고 아빠 곁으로 갔다.


“아빠, 난 위클로우란 곳에 가고 싶어요. 더 이상 노란 먼지 괴물에 시달리기도 싫어요. 좋은 것만 있는 곳에서 엄마, 아빠랑 사는 게, 제 소원이에요.”

“응? 어디? 위클로우? 머피야, 그건 무리야. 우리가 할 수 없는 거라고”

“아저씨, 머피의 부탁이에요. 위클로우를 생각하면서 머피는 용기를 가졌어요. 노란 먼지 괴물과도 대항할 수 있는 기운을 얻었구요. 머릿속은 온통 저 그림 속 집뿐이에요. 걸어서 이틀이면 갈 수 있다니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에요. 들어주세요. 아니 들어주셔야 해요.”

“엄마, 아빠, 나 위클로우에 가면 안 돼요?”

“여보, 나 위클로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요. 가능성이 없어서 이야기를 안 했는데, 막상 갈 수도 있다고 하니 설레네요. 여태 우리 집 주변만 뛰어왔는데, 위클로우 길도 한번 경험해 보고 싶기도 하고……”


뭔가 엄마의 제안이 눈치 없어 보였지만, 머피는 동의하며 아빠를 빤히 쳐다봤다. 아빠는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다. 머피는 환호성을 지르며 엄마 품에 안겼고, 브랜든은 쾌재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두 아이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다음 날 아침, 엄마는 콧노래를 부르며 부엌 찬장을 열어 한동안 사용하지 않은 도시락 통을 꺼내 하나하나 씻었다. 머피도 오늘은 엄마 옆에서 도왔다.


“엄마, 햄버거에 고기는 넣어야 하는 거 아냐?”

“내가 잊고 있었네. 냉장고에서 고기 패티를 꺼내다 주겠니?”

“엄마처럼 이렇게 야채만 먹으면 걷다가 쓰러질 수도 있어.”

“네가 엄마 따라서 매일 운동했다면 그런 말하지 않을 텐데”


대화가 퉁명스러운 것 같아도 머피와 엄마는 즐거웠다. 머피는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떠나는 여행이었다. 내심 들떠 있는 사람이 더 있었다. 아빠는 며칠이 될지 몰라 회사에 휴가를 신청했다. 어젯밤만 해도 여행 때문에 회사를 가지 않는 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떠나는 아침이 되자, 다른 사람이 되었다. 묵은 먼지가 쌓인 배낭을 꺼내 정원 벤치에서 손질하며 추억에 잠겼다. 집 안에서 재촉하는 소리가 들리자 아빠는 서둘러 배낭을 챙겨 들어왔다.


“브랜든은 언제 오기로 했니?”

“아까 연락했을 때 집에서 나왔다고 했어요.”


세 명은 모두 준비를 마치고 짐을 모아놓은 자리에 앉아 브랜든을 기다렸다.


“머피야, 우리가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포기해도 좋으니 출발하기 전까지 잘 생각해봐.”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모두 밤잠을 설쳤다. 아빠의 눈은 실핏줄이 섰고, 머피는 연신 하품을 해댔다.


“죄송해요, 늦어서.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새벽에 잠이 들어 늦잠을 잤어요.”

“아냐, 제시간에 왔는걸.”


브랜든은 본인보다 큰 배낭을 던져놓고 물을 찾았다. 얼려놓은 물통을 챙기지 않았는지 엄마는 부엌으로 다시 들어갔다. 아빠는 미간을 찌푸렸다. 브랜든이 배낭을 끌고 머피 옆에 앉았다.


“우리 엄마가 힘들 때 이 초코바가 지켜준다고 했어. 간직하고 있다가 걷기 힘들면 꺼내 먹어.”

“어…… 어…… 고마워, 브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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