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브랜든이 머피의 아빠를 설득할까

아일랜드 여행동화 <위클로우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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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 너!!!!!!”


머피와 브랜든이 아빠의 불호령에 거실에서 일어났다. 밤새 꺼내온 책들이 펼쳐져 널브러져 있었고 물감 묻은 붓이 거실 카펫과 바닥을 어지럽혔다. 요 며칠 머피는 청소 불량으로 몇 차례 경고를 받았었다. 어제와는 다른 온도 차를 느낀 브랜든도 당황했다. 아빠는 모두 거실로 불렀다. 막 잠에서 깬 머피 엄마도 소파 끝에 걸터앉았다.


“머피, 한 번 더 집을 엉망으로 만들면 외출 금지라고 했지?”


머피는 꿀 먹은 벙어리로 주눅 든 표정을 지었다. 오전에 브랜든과 동물원 가자고 조를 예정이었는데 난감해졌다. 불안한 정적이 흘렀다. 이때 고요함을 깬 건 브랜든이었다.


“아저씨, 머피가 잘못한 건 맞는데 아저씨도 머피에게 그동안 잘 해주진 않았잖아요.”


브랜든의 한 마디로 집안 분위기는 더 싸늘해졌다. 엄마는 소파에서 일어나 안절부절못했다. 이 책임이 본인에게 올까 봐 노심초사하는 눈치였다. 모든 관심은 아빠에게 모아졌다.


“그건…… 브랜든 말이 맞아. 내가 좋은 아빠는 아니었지. 그래도 오늘은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아빠는 힐끗 한번 머피를, 연이어 브랜든을 바라봤다. 평소 같으면 불벼락이 먼저 떨어졌을 텐데, 아빠는 침착했다. 브랜든은 긴장을 풀고 차근차근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처음 이빨이 흔들려 할아버지 병원에 갔을 때, 엄청나게 무서웠어요. 할아버지는 바로 치료를 하지 않고 저를 앉히고는 귀여운 상어 모양이 있는 칫솔을 쥐어주셨어요.” 그리고 말씀하셨죠. ‘나는 지금 너의 이를 뽑는 걸 원한단다. 넌 할아버지에게 바라는 게 있니? 우리 서로 원하는 걸 들어줄까?’ 전 순간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넌 지금 이 상어처럼 단단한 새로운 이가 자라길 바랄지도 몰라. 그건 할아버지가 너를 위해 들어줄 수 있거든.’ 무서웠지만 전 할아버지를 믿었어요. 제가 레고를 조립하는 틈에 할아버지가 큰 고통 없이 이빨을 뽑아 주셨어요.”

“하긴 너의 할아버지 덕분에 머피도 두려움 없이 새 이빨을 얻을 수 있었지. 할아버지는 아직 건강하시지?”


브랜든은 준비했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냈다. 어젯밤, 머피 모르게 혼자 준비했던 모양이다. 머피도 안심이 되는 듯 편안한 자세로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아빠는 생각의 시간이 필요해서일까, 다시 정적이 흘렀다.


“머피가 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거실을 어지른 것은 잘못이지만, 나도 그동안 머피에게 좋은 아빠로서 역할을 못 한 것도 사실이니까…… 우리 그럼 이렇게 하자. 서로에게 벌을 내리는 것보다 원하는 것 하나씩 들어주는 건 어떨까. 돌아가면서 가족 모두가 했으면 하는 걸 말하면 함께 하는 걸로 말이야.”

“아빠가 내 소원을 무시할 거잖아요.”

“브랜든이 있잖아. 약속을 잘 지키는지 지켜볼 거야. 어때, 할 수 있지?”


브랜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서는 아빠-엄마-머피 순이었다. 아빠는 주말 대청소를 제안했다. 본인이 계속 미뤘던 창고 정리부터 시작했다. 엄마와 머피는 난색을 보였지만, 브랜든 앞에서 거절할 수는 없었다. 브랜든도 함께 돕겠다고 하니 머피도 별수가 없었다. 하긴 벌보다는 대청소가 더 나은 상황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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