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또 다른 괴물의 등장
아일랜드 여행동화 <위클로우의 파라다이스>
by 술빚는 여행자 신동호 Dec 9. 2019
여행길은 온통 정리되지 않은 잔디뿐이었다. 잔디 사이로 나 있는 오솔길에는 양의 배설물이 지뢰처럼 박혀 있었다. 머피의 일행은 무심히 밟고 지나갔다. 움직이는 건 다리뿐, 말소리도 줄었다. 모두 지친 가운데 드디어 산과 마주하게 되었다. 산이 시작되는 지점에 지도가 세워져 있었다. 아빠는 종이 지도와 비교하며 다음 일정을 이야기했다.
“산 두 개가 사이좋게 붙어 있네? 우리는 왼쪽 산의 길을 따라 나가면 돼. 산을 완전히 오르는 게 아니라 중턱 길을 둘러 걸어가면 돼.”
아빠를 선두로 산의 첫발을 디뎠다. 언제라도 비가 내릴 날씨였다. 바람은 나무에 부딪혀 소리가 굴절됐다. 머피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바람 소리가 거칠수록 날은 어두워졌다. 오후 4시, 번개가 검은 하늘을 갈랐다. 일행은 배낭을 내리고 우의를 입었다. 비바람이 거세게 내리쳤다.
“아빠, 우리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자!! 무서워!!”
“머피야, 지금 멈추면 더 위험해져. 일단 가는 데까지 가보자!!”
비바람이 시야까지 가릴 정도로 매서웠다. 숲을 헤치고 나오려는 찰나, 검은 망토를 한 물체가 나타났다.
“네가 머피더냐?”
“누구세요! 절 아세요?”
“난 노란 먼지 괴물과 함께 사는, 음 다시 말해, 그의 부인인 비바람의 여신이다. 남편이 여기까지 오지 못해 내가 대신 너를 찾으러 왔드아. 푸하 푸.”
비바람의 여신이 말하는 내내 바람을 타고 오는 나뭇잎이 얼굴을 강타했다. 도도한 표정은 금세 일그러졌다. 머피는 어리둥절하며 비웃었지만,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비바람의 여신은 본인이 준비한 이야기를 끝까지 하려 했다.
“나도 요즘 참 바쁜데 이 먼 곳까지 와야 하겠나 싶었지만, 내 남편에게 진 빚이 있다 보니…… 얼른 다시 더블린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너희를 혼내줄 테니……”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갈 테니 뭐 알아서 하쇼”
아빠의 단호한 말에 머피는 놀랐다. 브랜든도 이런 아저씨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
“아저씨 그냥 가요. 저 비바람의 여신도 별거 아닐 거예요.”
두 여성을 보호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비바람의 여신은 대노하며 소리쳤다. 땅이 흔들렸다. 산은 엎어진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돌기 시작했다. 겹쳐진 두 개의 산은 마치 시계태엽이 감기듯이 움직였다. 머피의 가족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서로서로를 붙들었다. 아빠는 나무를 잡아 전체의 중심이 되었다.
“그만 좀 하자!!!”
“아빠,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
“엄마를 잡아. 조금만 견디면 물러날 거야.”
숲 안으로 들어가자, 비바람이 덜했다. 빽빽한 나무들이 방패가 되어 머피의 가족을 안아줬다. 하지만 방향을 잃었다. 보이는 길을 믿고 전진했다. 다행스럽게 저 멀리 지도 표지판이 보였다. 지도의 지시대로 나아가는 일행들. 300m 정도 왔을까, 두 갈림길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