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여러 번 방문한 도시다. 2006년 라디오 방송국 실태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코로나 직전까지 다섯 번의 발걸음을 남겼다. 그 여정마다 혼자가 아니었다. 동료들과 함께했던 연수, 혹은 도쿄에 정착한 친동생이 곁에 있었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도쿄의 지하철 노선을 혼자 탈 줄 모른다. 여행은 종종 부딪힘으로 완성된다지만, 나의 도쿄는 여전히 몸에 익지 않은 도시로 남아 있다.
도쿄는 내게 늘 정밀하게 설계된 기계처럼 느껴졌다. 지하철역에서 대로로 나설 때면 도시의 맥박이 일정한 리듬으로 뛰었다. 사람들의 걸음은 목적을 향해 흔들림이 없고, 거리의 공기에는 일의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네온사인이 켜지는 밤이면 도시는 거대한 공연 무대가 된다. 여행자인 나는 그 무대 한가운데 서서, 끝없이 변주되는 조명의 흐름을 바라보았다. 과거와 미래가 맞닿은 곳, 질서와 에너지가 공존하는 도시. 도쿄는 언제나 완벽하게 조율된 악기처럼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교함 속에선 어쩐지 나의 숨결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번 일본 여행지로 오사카를 택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미식의 도시’라는 말 때문이었다. 오사카는 나를 부르듯 따뜻했다. 여행가기 전 많은 영상을 찾아봤다. 난바와 도톤보리의 거리엔 길거리 음식의 향이 흩날리고, 이자카야에서는 술잔의 부딪힘과 함께 번졌다. 도시의 공기가 사람 냄새로 덮여 있을 것 같았다. 도쿄가 계산된 리듬의 도시라면, 오사카는 즉흥의 도시처럼 보였다. 계획보다는 감정이, 정밀함보다는 온기가 앞서는 곳. 도쿄가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라면, 오사카는 ‘현재를 맛보는 도시’로 생각하고 출발했다.
오후 늦게 인천에서 출국해, 저녁 7시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은 빠르게 끝났다. 위탁 수하물이 없었고, 비지트재팬 QR코드를 미리 등록해둔 덕분이었다. 공항의 불빛 아래, 나는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세상과의 통과의례를 손쉽게 마친 듯한 감정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오사카 중심가 우메다에서 남쪽으로 약 8km, 지하철로 30분 거리의 <니시나리구 덴가차야>가 종착지였다. 화려함에서 한 발짝 비켜선, 그러나 그 덕에 생활의 체온이 남아 있는 지역이었다. 오래된 목조 가옥과 새로운 게스트하우스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좁은 골목 안에는 여전히 문을 연 이자카야가 있었다. 이 동네는 오사카를 ‘사는 도시’로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덴가차야는 도시의 낮은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난바나 신세카이와 가까우면서도, 외부의 속도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치 자기 얼굴을 아직 기억하는 노인의 표정처럼, 이곳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제 리듬을 지켜내고 있었다. 역시 숙소로서 적합한 지역이었다. 나는 예약한 아파트먼트에 도착해 미리 전달받은 공지사항을 보며 숙소 안으로 진입했다. 이제는 무인 체크인이 익숙하지만, 일본의 디테일함에 조금 머뭇거렸다. 그래도 여행자는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천천히 생각하면 답은 보이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