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북 남원 | 산내의 하루를 채우는 세 가지 온기

남원 <시장순대><뱀사골 계곡><일출산채식당>






남원 산내마을에 가는 길, 여정의 문을 여는 열쇠는 인월시장의 <시장순대>다. 산내에 닿기 전, 동네 형님들 중 시간이 맞는 이와 마주 앉아, 순댓국 김 속에 안부를 띄운다. 투박한 국물 속에는 돼지 뼈 향과 사람의 체온이 한데 녹아 있다. 오랜만에 서로의 안위를 물으며 낮술도 권한다. 국자는 그릇을 채우지만, 잔은 사람 사이의 거리를 메운다. 로컬과 나그네가 한 상에 앉는 이 장면은, 세월이 갈고 닦아 만든 돌담처럼 단단하다. 특히, 이 식당은 인월터미널에서 지리산 둘레길을 향해 나서는 이들이 와서 배를 채우는 곳이다.

마을에 닿으면 우리는 늘 그곳으로 향한다. 뱀사골 계곡. 이름만으로도 시원한 숨이 새어 나오는 곳이다. 지리산 깊숙이, 약 14km를 쉼 없이 달리는 물길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여름이면 숲은 햇살을 비단처럼 걸러내고, 물줄기는 바위에 부딪혀 은빛 파편이 되어 흩어진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더위를 피한다. 고요한 듯 들리지만, 귀를 기울이면 세월이 흘려보낸 이야기가 들린다. 그 물소리는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가슴속 묵은 바람까지 씻어낸다. 계곡 앞에 서면, 우리는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의 일부였던 듯 자연에 스며든다. 나에게 뱀사골 계곡은 단순히 물이 흐르는 자연 그 이상의 가치다.


뱀사골탐방안내소 근처에는 많은 식당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 고민없이 늘 가던 식당이 있다. <일출산채식당>은 산이 차린 밥상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산채정식(15,000원)을 주문하면, 테이블 위로 2층 높이로 반찬이 오르고, 세 가지 찌개가 가세한다. 나물들은 서로 닮았으나, 한입씩 씹을 때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아무리 집어 먹어도 줄지 않는 반찬은, 마치 산이 끝없이 내어주는 그 너른 품 같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는 마을의 살림꾼이자 마음의 나눔꾼이다. 이웃 돕기 행사에 앞장서며, 한 그릇의 밥상으로도 사람을 배부르게 하고, 한 번의 인사로도 마음을 채운다.


산내에서의 하루는, 국물 속에서 피어나고, 물소리 속에서 숨 쉬며, 밥상 위에서 완성된다.





20240301_114438.jpg
20240301_115222.jpg
20240301_120235.jpg
20240301_120454.jpg
20240301_122415.jpg
20240302_105325.jpg
20240302_105501.jpg
20240302_105840.jpg
20240302_110516.jpg
20240302_110641.jpg
20240302_111055.jpg
20240302_111430.jpg
20240302_111550.jpg
20240302_113127.jpg
20240302_113629.jpg
20240302_113923.jpg
20240302_114957.jpg
20240302_115001.jpg
20240302_115058.jpg
20240302_115336.jpg
20240302_115636.jpg
20240302_115653.jpg
20240302_115736.jpg
20240302_115816.jpg
20240302_120707.jpg
20240302_120920.jpg
20240302_120952.jpg
20240302_121212.jpg
20240302_123542.jpg
20240302_123856.jpg
20240302_124237.jpg
20240302_125212.jpg
20240302_125427.jpg
20240302_125657.jpg
20240302_125848.jpg
20240302_130856.jpg
20240302_131309.jpg
20240302_133126.jpg
20240302_133130.jpg
20240302_133415.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충남 서산 | 우럭포와 간장냉면이 완성한 서산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