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 렐루에서 베르트랑드까지

포르투갈의 세 서점이 들려준 이야기를 따라가다





우리 집안은 특출난 인재가 있진 않지만, 대부분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누구나 알고 있는 대학을 졸업해 원하는 직장에 다니면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기술보다는 책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삶을 택하였기에, 이 집안에서 자라온 나도 자연스레 책과 인연이 더 깊다.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게 아니라, 책과 꽤 친숙하게 살아왔다. 다른 식구들에 비해 다독을 해오진 않아도, 지적 허영심에 깃든 책 소유욕은 늘 있어왔다. 서점을 가는 이유가 내가 한동안 읽을 책을 고른다는 이유도 있지만, 책 속에 둘러싼 나의 모습이 스스로가 봐도 꽤 만족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서점 자체의 현상을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꽤 즐거운 경험이다.

포르투갈에도 유명한 서점이 있다. 먼저 전세계 여행가들이 방문한다는 <렐루 서점 Livraria Lello>이다. 렐루서점은 포르투갈 북부의 항구 도시 포르투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유서 깊은 공간이다. 1906년에 문을 연 이 서점은 네오고딕과 아르누보 양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하며, 특히 화려한 목조 계단과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은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내부는 마치 오래된 성당이나 고성의 도서관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 책을 넘기는 일조차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특히 이 서점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이 포르투에 머무르던 시절 자주 방문했으며, 그녀가 창작한 호그와트의 계단이나 도서관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2017년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3유로 정도 받고 입장을 했는데, 지금은 공식홈페이지로 미리 예약을 받고 있으며 입장료도 10유로로 인상되었다. 감흥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동화같은 영감이 뿜어 나오는 공간이다.

리스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레르 데바가르 Ler Devagar 서점이 있어서 찾아갔다. 리스본의 알칸타라 지구에 위치한 'Ler Devagar' 서점은 단순한 책방을 넘어,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천천히 읽다'라는 뜻의 이 서점은 1999년 리스본의 바이루 알투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한 LX Factory 내에서 운영중이다. 이 서점은 과거 인쇄소였던 건물을 개조하여, 산업적인 분위기와 예술적인 감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내부에는 높이 솟은 책장과 함께, 이탈리아 예술가 피에트로 프로세르피오의 공중 자전거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점 내에는 카페와 와인 바가 있어,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독특한 공간구성 때문에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리스본 중심가 시아두 지구에 있는 서점에 도착했다. 서점 입구에 기네스 기록을 알리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리브라리아 베르트랑드 Livraria Bertrand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1732년에 프랑스 출신의 서적상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후 1742년에는 피에르 베르트랑드가 동업자로 참여하면서 '페드로 포레 & 베르트랑드 형제'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다.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인해 서점은 큰 피해를 입었으나, 1773년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여 오늘날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점 내부는 6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치 전통적인 유럽 국립미술관 동선과 비슷했다. 고풍스러운 목재 서가와 아치형 천장이 어우러져 전통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는 이 서점에서 저명한 작가들이 모여 문학적 담론을 자주 펼쳐 놓았다고 한다. 겉으로 보면, 여느 서점과 크게 다른 바 없이 보여도 그 내면에는 뿌리 깊은 스토리텔링들이 풍부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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