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발레 드 멘디즈 Vale de Mendiz>
구름을 아래 두고 점점 하늘과 닿고 있었다. 우리나라 구름은 한없이 높은데, 유럽의 구름은 겸손하다. 특히, 산으로 오를수록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든다. 구름이 걷히고 계단식 영농 자태가 확연히 드러나는 마을이 등장했다.
포르투갈 북부, 도우루 계곡의 품 안에 조용히 안긴 작은 마을, 발레 드 멘디즈 Vale de Mendiz는 마치 시간이 머물러 있는 듯한 풍경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막골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바쁘고 무거운 일상에서 벗어난 이들이 자신을 되찾는 장소이자, 오랜 역사와 자연의 손길이 맞닿아 있는 곳이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언덕 위로는 잘 정돈된 계단식 포도밭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펼쳐지고, 그 사이를 휘감아 흐르는 햇살은 매 순간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포르투갈 북부의 알리조 Alijó시에 위치한 발레 드 멘디즈는 도우루 계곡 중심부에 자리한 작은 마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트 와인의 본고장인 알투 도우루 와인 생산지 Alto Douro Vinhateiro의 일부다. 이 지역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아름다운 계단식 포도밭과 전통적인 와인 생산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차량이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이 잘 그려놓은 배경에 내 자신을 프레임에 끼워 넣었다.
발레 드 멘디즈는 특히 와인 애호가들에게 매력적인 여행지로 손꼽힌다. 이 마을에서는 공기조차 와인 향을 닮아 있다. 계절마다 색이 변하는 포도잎과 오래된 석조 건물, 그리고 정오 무렵이면 조용히 울려 퍼지는 교회의 종소리가 어우러져, 마을 전체가 하나의 서정시가 된다. 이곳의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풍경 그 자체를 병에 담은 듯하다. 유명 와이너리인 Wine & Soul도 있다. 와인 앤 소울에서 마주한 포트 와인은 마치 이 마을의 기억을 한 모금에 담고 있는 듯 깊고도 부드럽다.
발레 드 멘디즈는 번화한 관광지는 아니다. 오히려 그 점이 이 마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아무리 이름난 명소도, 이곳의 느림과 고요함, 그리고 바람에 실린 포도 향기만큼 마음을 붙잡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에게 이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시간은 10분 정도여서 이 마을의 전부를 나에게 담을 수는 없었지만, 진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