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같은 1차 술자리

20160314_자양동 계탄집




안주가 도착하기 전에 소주 1병은 비어있어야 한다.




예외는 없다. 지인 찬스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그런 부담도 짊어지게 하기 싫다. 화이트보드에 내 연락처를 적는다. 대신 차례가 오면 좀 더 일찍 연락을 준단다. 이 패턴은 이미 예상하였다. 술꾼에게 기다림은 미학이 아니라 '미안'이다. 각자의 미안함을 달래고자, 가게 뒤 시장으로 향한다. 주어진 시간은 약 1시간. 에이스급 투수가 나오는 야구 경기의 3회에 해당하는 시간이며, 주당에게는 2명이 합쳐 소주 3병은 클리어하기 충분한 미션이다. 안주는 둘 중 누가 시켜도 무방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 먼저 부르는 건 소주다. 안주가 나오기 전에 소주 1병을 비워야 괜찮은 페이스다. 2병을 비우고, 3병째 반 정도 술이 지워질 무렵 연락이 왔다. 우리의 차례다. 남은 소주 반 병은 식당의 소유가 아니다. 얼른 누나가 뚜껑을 막고, 핸드백에 쑤셔 넣는다. 절대 창피하지도 않고, 야유를 건네는 이도 없다. 암묵적으로 통용된 우리만의 룰이다. 2차 같은 1차 술자리에 왔다. 가게 안, 이미 숯불에 데워진 닭갈비 아로마가 내 옷을 비집고 들어온다. '벌써 한잔하셨네요."가 첫 방문 인사말이고, 마패인 양 핸드백에서 소주 반 병을 테이블에 턱 꺼낸 게 답변이다. 이미 자주 오던 집이라 결정 장애는 치유가 된 상황. 전광석화하게 메뉴와 술을 시키고, 기본 안주가 깔리는 동안 소주의 목을 비틀었다. 딱 한 잔을 목구멍에 털 때, 기본 안주인 튀긴 뼈 있는 닭발이 나온다. 짭조름해서 소주 안주답다. 안주가 없을 때 소금만 있어도 소주 1병은 상대할 수 있으니... 각종 소스와 파김치(파김치가 별미), 된장찌개, 오봉히 쌓인 계란찜이 차례로 테이블의 여백을 채운다. 숯불 위 불판에 닭갈비를 널어서 구워 말리면, 기본 술자리 세팅의 9부 능선은 지난 셈이다. 적당히 초벌 한 고기는 곧 삼선 검은 무늬 옷을 입을 테고, 이어 먹기 좋게 잘라 원하는 액세서리를 걸쳐 입에 넣으면 된다. 이곳은 희석식 소주가 아닌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우리 술을 널리 백성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사장님의 뜻이다. 마무리 투수는 초계 국수다. 기름진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 보통 나처럼 취해서 먹은 기억이 깔끔하게 사라질 때도 있다. 이곳은 누구나 가도 계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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