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7_망원우동
술자리의 마무리를 중시하는 술꾼들이 있다. 무언가를 먹고 가야 집으로 가는 길이 찝찝하지 않다. 여태 먹고 마신 걸 시마이 하기 좋은, 태풍 같지만 그리 무겁지 않은 음식. 우동은 그 조건에 대부분 적합하다. 첫 국물은 그동안 얹힌 숙취를 떠나보내기에 충분하고, 탱글 한 면발은 적은 마찰력으로도 목구멍을 통과한다. 끝은 또 다른 시작. 끝이라고 집어넣은 우동 뒤로 다시 술자리가 시작된다. 우동이란 놈은 참 간사하지. 우동의 유혹은 선동적이지 않지만 능글맞다. 교활하지 않아서 대부분 그 유혹을 선하게 받아들인다. 이미 소주 한 병을 데려왔다. 술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는 그녀도 우동 국물에 치명적인 한 잔을 털어 넣는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알코올이 힘겨워도 절대로 다음 잔을 사양하지 않는다. 칼칼한 국물이 알코올의 도수를 피로하게 한다. 새벽 3시. 병은 켜켜이 쌓이고, 마른 국물에 노출된 우동 면발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