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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 몸을 기대다.





걷다 힘들고 지치면 내게로 와라. 가식 없이 누우면 된다. 남이 바라보는 날 걱정하면 저런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온전히 나를 위한 침대라 상상하면 피로는 대지 아래로 침전한다.


아일랜드 중부에 있는 위클로우 지역. 산길 코스를 걷기 시작하고 불과 1시간이 지났을까. 낯선 아저씨가 매일 누웠던 자세인 양 곤히 잠들어 계셨다. 들숨과 날숨의 움직임을 감지한 후 사체가 아님을 확인하고 조용히 지나쳤다. 여행 첫날부터 진기한 장면이 목격되었다. 나였다면, 저렇게 누웠을까. 첫날이라 아직 여러 의식이 몸에 붙어 있어서 떨어지지 않은 상태. 이를 계기로 가식의 갑옷을 하나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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