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당신이 나를 살해해 주세요
나는 자궁보다 캄캄한 알 속에서
손발을 잃고 혀를 길러왔어. 너는?
나는 비였을까..
너의 울음을 맺은 방울이었을 수 있어
푸석한 모래가 지나는 운동장에 작은 습기였거나
그래. 안녕. 난 물이라고 해
늙은 당신이 내게로 와요
뱀과 물은 준비됐어요
나는 잠깐 졸면 돌에 맞아
재빠르게 도망치지 다른 돌들에게 배를 쓸리면서
내가 두려운 건 증발이야
모든 물이 강이 되진 않아
아주 운이 좋으면 바다가 되지
그래. 안녕. 네가 뱀이구나
늙은 당신 얼굴을 보이지 말아요
가장 잔인하게 살해해 주세요
여보세요?
네 저예요
아.. 그림자를 하얗게 닦을게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나도 늘 배를 대고 기어가. 너처럼
그래. 난. 물이라고 해
*배수아 [뱀과 물] 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