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이어 붙인 날들의 풍경

by 감꽃

조각조각 이어 붙이면

또 다른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가방 만들 때 쓰던 조각,

지갑 만들 때 쓰던 조각,

모자 만들 때 쓰던 조각,

조각, 조각들…


그렇게 흩어진 작은 조각들이 모여

러너가 완성되었다.

하나하나는 그저 작은 조각이었을 뿐인데

서로 불여서 이어지자

눈에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드러났다.

내 손끝이 아니라

시간이 스스로 길을 찾아준 것처럼.


작고 사소한 나날들이

한 움큼씩 들어앉아

꼼지락꼼지락 이야기를 만들고

표정을 바꾸며

러너 위에서 반짝였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찰나의 작은 기쁨,

고단했던 하루,

낯설어 두려웠던 선택들…

그 모든 순간이

따로 보면 보잘것없고 남루하지만

시간이라는 실로 이어 붙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그때는 몰랐던 이유가 생기고,

흉터처럼 보이던 자리도

새로운 무늬가 되었다.

하나하나의 조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는데

모두 연결되는 순간,

흐릿하기만 했던 것이

선명해지고

비로소 걸어온 길이 드러났다.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 들어

정교한 무늬들을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이루는 재료가 된다."

(영화 <아메리칸 퀼트> 중에서)


조각천을 이어 붙여

아름다운 퀼트이불을 만들어가듯

우리 삶도 이렇게 조금씩,

서로 다른 날들이 이어져

하나의 무늬가 되어간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내 인생영화,

〈아메리칸 퀼트: How to Make an American Quilt〉(1995년)의 명대사다


영화 속에서 퀼트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사랑했던 순간, 실망했던 날들,

포기하고 싶었던 밤,

다시 시작했던 아침을 꿰매어 붙이는 일과 같았다.


조각들은 서로 너무 달라 보였고

모양도 색도 통일되지 않았지만

그 모순과 불균형 때문에

더 아름다운 패턴이 만들어졌다.


이 영화가 이토록 오랜 세월

나를 붙들고 있었던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스며든

'다양한 조각이 하나가 됐을 때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퀼트를 하다 보면 가끔씩

마음에 들지 않는 천이 있다.

빼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감추듯이 끼워 넣었는데

완성되고 난 후에 보면

그 싫던 조각천이 어디 있는지

눈에 띄지도 않고

다른 것들과 꽤 잘 어울리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부끄럽고 아프고 힘들었던 내 시간도

모이고 이어지면

나름 아름다운 무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