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424km
남자친구는 8월부터 프랑크푸르트 은행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정해진지는 벌써 3달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은 3 달이면 많이 남았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있다가 금세 8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베를린에서 거의 매일 저녁을 붙어 다니며 아침과 낮에는 연락도 하지 않던 우리는 남자친구가 프랑크푸르트로 간 7월 31일부터 매일을 빠지지 않고 문자하고 영상통화를 하며 서로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현재 남자친구가 살고 있는 은행에서 지원하는 한 달 임시 아파트는 인터넷이 잘되지 않아 나랑 통화하려면 매일 밖에 나가야 하고, 그래서 데이터 패키지도 새로 구매했다.
그리고 어제 남자친구가 일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에 처음 도착했다. 4시간 반동안 기차에서 자다가 책을 읽었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밤 12시가 다되어 도착한 나는 얼굴은 피곤으로 창백해져 있었고, 손에는 짐이 한가득이었다. 기차에 내려서 문자를 해야지 하는 순간에 저 멀리서 남자친구가 활짝 웃으면서 걸어오는데, 프랑크푸르트 도시가 낯설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뭔가 '내 집'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뒤에서 크게 활짝 핀 장미 5송이를 건네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우리는 한참을 포옹하다가 밤거리를 걸었다. 남자친구가 일하고 있는 크고 높은 은행 건물을 처음 보았고, 수많은 빌딩들로 빽빽한 거리는 서울과 같아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서울보다 많이 어두워서 혼자 걷기에는 무서울 것 같았다.
우리가 계획하는 미래는 남자친구가 큰 은행에서 경험을 쌓고, 2년 후에 베를린으로 다시 돌아와서 함께 하는 것이다. 인생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서로 계속해서 함께 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곁에 없으면 그립고, 또 곁에 있으면 그 소중함을 잊게 되는 것이 모든 관계이지만,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어도 계속 같이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