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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unny Feb 12. 2019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내가 그를 이해하는 과정

#보이는 것


남자친구는 개를 참 좋아한다. 길가에 개만 지나가면 ‘챠오’하면서 멈춰 서서 쓰다듬고 간다. 저번에는 자신이 개랑 닮았다고 했다. 사람을 따르고 용맹한 모습이 닮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무실 개가 그르렁 거리면서 자고 있을 때 남자친구를 떠올리게 된다.


남자친구는 사람들을 편하게 하는 사람이다. 내 친구들 중 단 한 명도 그에 대해 혹평하지 않았다. 그는 대화를 리드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잘 맞춰주고 재치 있게 대답한다. 그리고 남자친구 친구들도 성격이 다정다감하고 비슷해서 우리는 보통 친구들 혹은 친구 커플과 같이 만난다.


남자친구는 게임을 좋아하고 잘한다. 포커랑 이탈리아 베네치아식 카드 게임과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즐겨하고, 저번에 내가 자신 있게 제안한 체스 게임에서도 나를 연이어 이겼다. 나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등 게임을 좋아하기에 우리는 게임하거나 쉴 때는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


남자친구는 말이 많지 않다. 특히 평일 저녁에 회사 마치고 서로 녹초가 되어 만났을 때는 말없이 포옹하고만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남자친구는 성실하고 계획적이다. 그는 요일마다 하는 일이 있고, 1년을 계획하지는 않아도 6개월은 계획대로 살려고 노력한다. 남자친구의 친구들 즉 이탈리아 친구들은 대부분 시간, 장소를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않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항상 친구들 사이에서 정확하게 제안한다.


남자친구는 화목한 가정을 가졌다. 엄마가 컴퓨터 관련해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전화해서 일일이 설명하고, 가족과 주말마다 영상 통화를 한다. 작년 누나가 결혼했을 때가 가장 감동했던 순간이라고도 했다.


남자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 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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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

남자친구는 한 번도 나에게 화를 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가 느긋하고 침착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둘이 MBTI 테스트를 해봤더니 +3에서 -3 선택란에서 ‘나는 감정적이다’에 +2를 선택해서 놀랐다. 그는 절제를 잘하는 사람이다. 내가 길을 자주 잃어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밖에서 기다리게 한 적도 몇 번 있었는데, 한 번도 화내거나 감정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남자친구는 모든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내가 말하면 바로 대답하기보다 항상 생각하고 답한다. 중요한 결정은 함께 내리지만,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혼자 결정했던 것이 익숙해서 소소한 것들은 자기가 해결하고 또 다 말하지 않는다. 아마 이건 연애 스타일의 차이일 것 같은데, 나도 모든 이야기를 하지 않기에 우리는 이 부분이 잘 맞기도 하다. 우리는 독일화된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임이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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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연애가 독립적이기를 바란다.

내가 남자친구에게 기대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그가 채워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를 관찰함으로써 이해하고 서로 응원하며 함께 걸어 나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커플이 MBTI 테스트를 함께 해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답변을 보면서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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