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의 세계 문화유산, 마풍구브웨
바오밥 나무를 기억하시는지. 어린왕자의 별 B612를 둘로 쪼개버릴 만큼 두려운 존재로 자라난 나무가 림포포에 잔뜩 산재해 있었다. 직경 15미터로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림포포의 그 바오밥 나무를 보지는 못했지만 마풍구브웨 세계 문화유산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바오밥 톨게이트를 지나 숱한 바오밥 나무를 관찰하게 되었다. 남아프리카와 보츠와나, 짐바브웨를 가르는 국경에서 빠르게 자라나던 바오밥을.
길을 떠나기 위해 이른 아침 로지의 문을 열면 호수에는 물안개가 짙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날의 새로운 해가 오른쪽에서 비스듬히 눈을 뜰 때 느리지만 분명하게 올라 신비한 옛이야기처럼 호수 저편을 가리던. 림포포의 국경 부근에는 이른 아침 호수의 물안개나 깊은 밤의 별 무더기 같은 건 축에도 못 낄 만큼 오래되고 지혜로운 이야기가 있다던가. 그런 설렘으로 애써 덤덤하게 바라보던 물안개였다.
마풍구브웨 세계 문화유산으로 가는 길은 북쪽으로 곧게 난 길을 따라가다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무시나에 닿으면 서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아직 청년 같은 바오밥 나무가 몇 그루 보인다 싶을 즈음 바오밥 톨게이트가 나타나고 톨게이트를 지나면 한눈에도 오랜 연륜을 지닌 듯한 늙은 거인 바오밥 나무가 이곳저곳에서 마른 가지를 벌리고 서있다. 젊은이의 강인한 팔뚝을 연상시키는 청년 바오밥과 달리 늙은 거인은 세상사에 달관한 혹은 함부로 다치지 못할 풍모로 주위를 압도한다.
오래된 바오밥 나무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마풍구브웨에 서면 거기 있는 바위며 국경을 가르는 강, 코끼리와 임팔라마저 인류가 함부로 하지 못할 오랜 연륜으로 또는 자칫 깨질 것 같은 섬세함으로 얕게 숨을 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세월이 거듭한 풍화에 가로세로 갈라진 껍질을 두르고 새로워질 일은 전혀 없다는 듯 늙어가기만 해도 부서지거나 사라지지 않을 거인이 마풍구브웨를 깔고 앉아 있었다.
실루바리로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주유소에서는 주유 직원으로부터 짐바브웨에서 밀입국한 사람한테 얼마에 70그람을 받아줄 수 있으니 관심 있느냐는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자 70그람이라니까 모르겠냐고 반문을 한다. 아, 마약이구나 싶어서 본능적으로 피해 차량에 탑승했지만 인상적이었던 그 제안은 그대로 국경도시 무시나의 인상 중 하나로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