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타운

by 기천협회 윤범사

서사를 담은 여행이 얼마만인지. 6일의 여정 동안 케이프타운을 걷고 희망봉을 오르고 수영장이 딸린 프랜쉬훅의 숙소에서 휴양으로 마무리한 피치의 높고 낮음이 있었고, 오랜만의 운전은 미숙하게 시작해서 능숙해져 돌아왔다. 여행 곳곳에서 행운이 도와주었는데, 때로는 주차장에서 다른 여행객의 호의로, 때로는 누군가 미리 지불한 바닷가 비치파라솔로 언듯언듯 모습을 바꾸었다. 대강의 방문지만 골라놓고 출발했으나 일정은 더도 덜도 않게 깔끔하고 충만했다. 오후에 도착한 첫날은 베이스캠프가 된 워터프론트를 진하게 다녀오고 이튿날 오전은 테이블마운틴 케이블카, 오후는 캠스베이의 바다에서 늦도록 놀았다. 세 번째 날은 희망봉을 돌아 볼더스비치 펭귄을 본 후 채프먼스피크 드라이브 코스를 달렸고, 네 번째 날이 되어서는 남아공 굴과 소고기로 케이프타운 식사를 마무리하고 프랜쉬훅의 별장 같은 숙소로 이동했다. 프랜쉬훅 첫날 저녁은 인도식, 둘째 날 오전 와이너리 시음 후 점심은 시내에서 랜덤하게 고른 이탈리안 피자와 파스타, 저녁은 미리 예약해서 스테이크로 갔다.


케이프타운은 낮이 길어 캠스베이 바닷가의 6시가 4시 같았고 프랜쉬훅은 숙소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벽난로에 장작을 태워 불멍을 하고 아무것도 없는 희망봉에서 희망을 상상했다. 바다 앞 야트막한 돌산 위에 아무것이 없어서 좋았다. 첫날은 맥도날드로 저녁을 먹으며 함께했던 부산여행을 이야기했다.


여행은 짧고 일상은 긴데, 우리의 진짜 삶은 짧은 여행에도 긴 일상에도 모습을 달리하며 계속된다. 다만 짧고 드문 것에는 더 오랜 기억과 애틋함을 주어서 긴 일상을 가끔 환기하면 좋지 않을까. 남아공의 자연은 십여 년 전과 다름없이 웅장했고 당당했다. 잊었던 무엇이 되살아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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