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예링
수도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5시간이 걸리는 지역 도시 올보르그에서도 다시 기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인구 25천 명의 작은 마을 예링에 인구의 절반이 넘는 축구 청소년들이 일주일간 마을을 바람처럼 휩쓸었다. 50개 국에서 온 1천 개 팀이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각각의 나라이름이 적힌 팻말을 따라 30개 축구장이 모여있는 행사장을 행진하는 것을 바라보며, 오래간만에 맥주가 맛있다고 생각했다.
만 명이 넘는 아이들로 왁자한 행사장을 문턱만 넘어도 원주민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주택단지를 걸으며 이 마을을 먹여 살리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한중일 동북아 3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대륙에서 아이들이 모이고 뿔뿔이 흩어지는 일주일이 여기 경제의 전부일 것 같은데 거리에 늘어선 건물이며 가게들도 백 년은 더 된 듯한 노련미가 있었다.
하루에 두 경기씩 이틀간 네 팀과 토너먼트를 치르고 난 후 지게 되면 더 이상의 출전이 없는 다섯 번째 경기에서 마침내 첫 승을 거두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에 아무리 되는 일이 없어도 한 번은 승리가 찾아온 것 같아 안도했다. 매번 한 두 해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압도적인 피지컬의 상대팀 선수들과 부딪히면서도 아이들은 또 다음 경기를 열심히 뛰었고, 참패했다.
공식 경기가 모두 끝나기 전 일정을 일찍 마친 아이들은 코펜하겐으로 떠났고 나만 덩그러니 시골보다 깊은 시골 덴마크의 오래된 호텔에 앉아 마음을 다스리느라 글을 쓴다.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이상한 북쪽 나라에서 새벽부터 택시를 잡아 탈 생각을 하니 아득하다. 시간이 너무너무 많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은 완전 오판이었고 휴가는 어느새 끝을 바라보고 있다.
다나컵에 출전한 만육천오백육십 명 중 한 명의 선수가 되어 달리고 부딪치고 경기는 지거나 이길 것이다. 너무 애쓰지 않을 힘이 마음에 자라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