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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Jul 07. 2021

안녕?, 안녕.

part 1. 맑은 날씨 :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표지 사진 : Photo by. @JOFRAU)


1

2021년 봄.

5월 중순에서 6월 초까지 날씨가 계속 좋았다. 하루하루가 맑고 눈부셨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마주할 때면 사진을 찍어 친한 친구에게 소식을 전했다. 안부를 물었다. 잘 지내고 있는지, 또 나는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를 그렇게 사진으로 대신했다. 혹시 많이 바쁘면 그래서 혹시 조금 지쳤거나 힘들면 이거 보고 잠시나마 힐링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같이 담아서. 친구가 바쁘지 않을 때면 곧바로 전화가 울렸다.


더머 : 영화 Dumb and Dumber(덤 앤 더머)의 그 더머. 내가 덤, 친구가 더머. 우리는 덤 앤 더머 / Photo by. @JOFRAU


“대바아아아악! 어디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2018년 여름.
더머와 같이 밥을 먹다가 내가 독일 워킹 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정했다고 했을 때 더머는 갑자기 울었다. 나는 1년 뒤에 오는데 누가 보면 아예 가는 줄 알겠다고 놀렸다.

“그래도 너 거기 맘에 들어서 안 오면 어떡해... 올 거지?”

“올 거야 ㅋㅋㅋㅋㅋ 울지 마 제발 ㅋㅋㅋㅋㅋ”


그 말을 하고 1년 뒤에 나는 한국으로 잘 돌아왔고, 결혼을 하고 스위스로 떠났다.



3

2019년 가을. 

결혼을 하기 전에 더머, 친한 언니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셋은 자주 만났다. 우리 셋의 인연은 참 깊고 애틋한데 더 애틋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헤어짐. 나는 결혼 후 스위스행, 언니는 미국행, 우리 더머는 한국. 


우리는 그 순간을 애써 쿨하게 넘기려고 한 걸까 아니면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던 걸까. 우리 셋 모두가 한국에 있을 때 보다 그때, 2019년 가을에 더 자주 만났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보고 싶을 거야.”라는 말을 문자로, 전화로, 또 커피와 수다로 대신하고 있었던 거 같다. 정말 그렇게 말해버리면 우리 셋이 뭉치는 날이 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를 그 사실이 현실적으로 다가올 테니까.


진한 수다를 마치고 우리는 강남역에서 헤어졌다. 이제 얼마 뒤 우리가 결혼식에서 만나면 그게 떠나기 전 한국에서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전에 미리 만난 거였는데 잘한 거 같다. 


우리는 지하철역에 도착했고 공교롭게도 더머만 방향이 달랐다. 그래서 언니와 나는 더머를 먼저 보내고 가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셨다 두 분. 강남역 지하철 교통카드 대는 곳에서.


“뭐 하는 거예요ㅋㅋ 울지 마요ㅋㅋ 너도 울지 마! 저기요 두 분, 이제 그만. 우리 또 볼 거예요.”


거기서 셋이 통곡을 하면 뉴스에 나올 것 같아서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웃으면서 달랬다, 아니 말렸다. 더머는 또 이미 카드를 찍고 들어간 터라 교통카드 대는 곳을 경계 삼아 두 사람은 그렇게 울었다. 나는 혼자 눈물을 훔치고 있는 더머를 손짓으로 얼른 보내고, 언니를 토닥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을 타서야 언니는 조금 진정을 했고 그제 서야 나도 눈물을 닦았다.


“언니, 저희 친해진 이유 중에 울보도 포함인가요?”



4

2019년 겨울.

더머의 축가 속에 더욱 벅찼던 결혼식은 감사히 잘 마무리되었고, 나는 더머에게 부케를 선물했다. 그렇게 걱정하더니 한 번에 잘 받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내 옆엔 우리 더머 그리고 우리 언니가 함께 했다. 나는 괜히 어깨가 쭉 펴졌다. 든든했다. 우리 사이에 평생 간직하고 싶은 사진이, 추억이 이렇게 또 하나 생겼다. 


결혼식 사진 촬영을 진행하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친구들과 함께 찍는 사진 촬영 중에 친구들이 핸드폰 후레쉬를 비춰주는 배경을 연출했는데 나랑 가장 가까이에 있던 그 두 분은 글쎄 맨 손 이셨다. 사진 찍으러 급하게 나온다고 핸드폰을 가방에 두고 나왔다고. 그 모습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다. 다들 후레쉬 비춰주는데 더머랑 언니는 두 손 꼭 모으고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을 받고 얼마나 웃었는지. 그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아, 수정본에서는 사진업체 쪽에서 두 사람의 꼭 모은 두 손에 후레쉬가 터지는 휴대폰을 넣어 주셨다. 그 덕분에 더 잊지 못할 사진이 되었지만.



5
스위스 출국날 걱정과 달리 더머와 언니랑은 담백하고 담담하게 인사를 나눴고, 우리 셋은 그렇게 잠시 떨어지게 되었다.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건강만 해요 우리. 놀러 오세요, 놀러 갈게요. 놀러 와, 나도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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