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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Jul 10. 2021

시나몬 애플파이 좋아해?

part 2. 빵과 커피 : 시나몬 애플파이 & 커피

(표지 사진 :  Photo by. @JOFRAU)


1

사과는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다.

할 수 있을 때 역시 매번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사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될 수도 있지만

아직 사과를 받을 준비가 안 된 그 사람에게 불쑥 손을 내민다면 

어쩌면 사과를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사과는 사과할 사람이 아니라 사과를 받을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사과는 어려운 것이다.


사과는 말이 아니라 마음이 오고 가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는 마음이 오고 가는 일이기에 어렵다.

조심스럽다.


내 마음이 편하려고 사과를 한다면 그게 사과일까.

상대의 다친 마음을 헤아리고 

오히려 나 때문에 아팠을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사과 아닐까.


어렵게 내민 사과가 진심으로 닿아서 

상대방이 진심으로 사과를 받아주는 일은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쉬운 사과는 금방 변한다.

쉬운 용서는 금방 변하게 한다.



2

쉬운 사과를 받은 적이 있다.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은데 이상하게 처음 만들어 설레었던 시나몬 애플파이를 먹으면서 그 일이 떠올랐다. 애플파이 속 사과를 먹으며 그 사과가 떠오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서툴지도 능숙하지도 않았던 그 가벼운 사과에 할 말을 잃게 만들었던 그날이 스쳐 지나가며 그 사람은 잘 지내는지 문득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건가 싶었다. 그 사람의 안부까지 궁금할 정도로 많이 나아졌구나 혹은 무뎌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시간이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날 속상했던 감정과 똑같이 지금 속상함을 느끼지 않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 내가 속상했던 마음과 쉬운 사과 후 금방 변했던 그 사람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 그래서 나도 모르게 쉬운 용서를 해줬던 그 일이 떠오르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오늘을 계기로 생각하면 안 좋은 마음을 놓아주어야겠다. 

이렇게 맛있는 시나몬 애플파이를 먹으면서 또 그 사과가 생각나면 어떡해. 

오늘에서야 안부가 궁금한 나도 그때 쉬웠던 건 마찬가지였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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