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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Jul 11. 2021

신부님 나오십니다(feat.Weddingdress)

part 1. 맑은 날씨 : 날씨마저도 완벽했지

(표지 사진 : Photo by. 그라치아 스냅(GRAZIA SNAP))


1

2019년 가을에서 겨울 사이. 지금 돌아보면 가장 특별했던 시간.

우리의 삶 속 모든 순간들은 다 처음 겪는 일 투성이라 모든 순간이 특별하다고 하지만, 결혼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2

독일 워킹 홀리데이를 잘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나는 결혼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때 남편은, 아니 그 당시 남자 친구는 일 때문에 한국에 들어올 수 없던 상황이어서 혼자 준비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했던 예식장은 미리 함께 알아보고 예약을 했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그런데 웨딩드레스는?

신부님, 나오십니다 하면 신랑이 반응해주는 그거는?


어쩔 수 없었다. 한국에 가기 전 남자 친구는 드레스를 함께 못 봐서 아쉬워하는 나에게 미안해하며 달래주었다.

나는 많이 아쉬웠지만 웨딩드레스를 꼭꼭 감추었다가 결혼식 당일날 공개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스, 드, 메 : 스튜디오(X), 드레스(중요*), 메이크업(완료V)

나는 독일에서 스냅 촬영을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드레스는 본식 드레스 단 한 벌이었다. 그 이유로 나는 드레스 샵을 많이 다니지 않기로 결정했다. 많이 다니면 다닐수록 선택하기 어려워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이런 나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귀담아듣기로 했다.


담당 플래너님께 연락이 왔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드레스 투어 후 드레스 셀렉 진행할 곳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드레스 투어도 하고 드레스 셀렉도 하고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지만, 드레스를 입는다는 사실에 나는 또 마냥 설렜다.


드레스 투어를 앞두고 친한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혹시 같이 가 줄 수 있냐고.

친구는 흔쾌히 그 자리에서 “당연하지.” 하며 바로 만날 약속을 잡았다.



4

첫 번째 드레스 투어에서 첫 번째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 친구는 눈물을 보였다.

“너 왜 울어?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 계셨던 담장 실장님과 직원분도 함께 눈물을 보이셨다.

“신부님 친구분께서 눈물 흘리시니까 저도 괜히 울컥하네요. 일 하다가 이렇게 운 적 처음인 거 같아요.”


나는 너 왜 울어 친구는 나도 몰라 이 말만 되풀이하며 우리는 울었다가 웃었다가를 반복했다.


두 번째이자 마지막 드레스 투어에서 다행히 친구는 울지 않았다. 친구는 보다 '냉철한 판단력'으로 드레스를 한 벌 한 벌 꼼꼼히 확인해주었다.


“신부님 나오십니다.”


우리는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아, 이거 아닌 거 같은데 어때?’

‘응 아니야. 들어가.’


‘오, 이거 예쁘다 어때?’

‘이거다. 좋아. 메모했어.’


친구의 완벽했던 리액션과 메모장에 한 가득 이었던 피드백은 드레스 샵을 고르는데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었고, 큰 고민 없이 결정을 내렸다. 너무 고마웠다. 친구에게 드레스 투어 전체를 책임지게 한 거 같아 미안한 맘도 컸다.


집에 와서 친구가 보내준 빼곡하게 적힌 메모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얘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많이 쓴 거야. 울긴 또 왜 울어? 울면서 뭘 또 쓴다고…”



5

드레스 셀렉 당일, 투어 때 함께 했던 울보 친구의 메모를 다시 확인하며 엄마와 친구 더머와 함께 드레스 샵에 갔다. 투어 때 입었던 드레스를 다시 입어보고 또 조금씩 다른 디자인의 드레스도 입어보면서 최종 본식 드레스를 선택했다. 일사천리로. 담당 실장님께서도 놀라셨다. 이렇게 빨리 끝나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완벽한 팀 워크로 완벽한 선택을 마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샵을 나왔다. 선택한 드레스는 투어 때도 울보 친구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드레스였다. 나는 바로 친구에게 연락했다.


“고마워."



6

*

“그래서 드레스는 진짜 신랑한테 안 보내줬어요? 신랑은 당일에 입은 걸 본 거예요?”

“네. 그렇죠. 오빤 당일에 봤어요.”

“어땠어요? 뭐라 그랬어요?”

“뭐... 숨을 잘 못 쉬는 거 같아 보였습니다만.”


혹시 예비 신부님들이 계시다면, 이 글을 읽으셨다면 나도 당시에 받았던 조언인데 공유하고 싶다.

신부님 맘에 드는 거로 입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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