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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Jul 16. 2021

쉼, 이 필요해

part 2. 빵과 커피 : 오트밀 쿠키& 커피

(표지 사진 : Photo by. @JOFRAU)


1

예전 예능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 에서 김제동 씨가 나온 편을 우연히 봤다. 그날 참석한 분들에게 미리 받은 질문에 대해 김제동 씨가 답변을 해주는 영상이었는데 영상을 다 보고 난 후 생각이 많아졌다.



2

하고 싶은 일이 중요한가요?, 잘하는 일이 중요한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김제동 씨는 나이가 들어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며 공감해주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동물이 그렇듯이 자신의 호구지책 정도는 하나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삼시 세 끼 해결할 수 있는 일이 해결이 된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그런 휴식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뜨끔했다. 휴식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나였기에 그 말은 정확히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 지금까지 주고받았던 수많은 대화 속 질문 중에 내가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질문이 몇 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쉴 때 뭐해?"였다. 그 질문을 나에게 던진 건 지금의 남편이었다. 연애 초반에 남편은 나에게 그렇게 물어봤다. 쉴 때 뭐하냐고, 뭐하고 노냐고. 처음에 그 질문을 받고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 쉴 때 뭐하냐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대답을 하려고 생각을 하는데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결국 나는 "잘 모르겠어."라고 답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도 그렇다. 쉴 때 뭐하는지 대답을 왜 못하나면 어떻게 쉬는 게 쉬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그래서 쉴 때 뭐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 난 생각 중이다.


음악 듣기, 책 읽기, 커피 마시기, 여행하기?

이것들을 하면서 나는 정말 쉬고 있었던 걸까? 

쏟아지는 비를 피하듯 현실을 잠시 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3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열심히 살았다. 하고 싶은 일을 일찍 결정했었고 오랫동안 했고 그래서 오랫동안 아프기도 했다.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었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 좋지 않은 결과로부터 많은 걸 얻고 배웠기에 나름 성장했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숨 가쁘게 달려왔던 그 시간들 속에 나에게 제대로 쉼이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바쁜 가운데 틈틈이 쉬면서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쉴 때 뭐해?"라는 물음에 아직도 우물쭈물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걸 보면.


잠깐 쉬어가도 되는데 잠깐 멈추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은데 아무도 "빨리, 빨리해!" 외치고 있지 않은데 나만 급해서 달려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내 주변에서는 "잘 하고 있어."라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뿐이었지, "왜 아직도 그러고 있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주변에 응원과 격려가 가득한데 나는 얼마나 큰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조금은 욕심을 내어 달려만 왔는지. 


잠깐 쉬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잠깐 쉬고 싶다는 생각이 이 세상에서 나만 하는 생각인 거 같아서 주저했을지도 모른다. 남들 다 똑같이 힘들고 열심히 사는데 나는 얼마나 더 특별하게 힘들다고 쉬어갈 생각을 하는지 채찍질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젊은데 벌써 쉬고 싶냐고 나 자신을 토닥이지 못하고 스스로 외롭게 두었을지도 모른다. 힘든 건 누구나 같고 그 힘듬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아는 건데. 나의 힘듬까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지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삶을 온전히 나의 시간으로 채워가고 있는 일상에서 쉼도 그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쉼'이라는 시간을 뭔가 특별한 시간으로 포장해서 오히려 '일'을 만들지 말고, 일상에서 작은 부분이라도 좋으니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잠깐이라도 아무 생각과 걱정 없이 그저 쉬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그런 쉼이 나에게 또 우리에게 필요하다. 오래 쉴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잘 쉴 것을 기대하면 좋겠다. 



4

"밀림의 왕 사자가 강자인 이유는 사냥을 가장 잘해서가 아니라 적들이 있는 그 초원 가운데에서도 배를 뒤집고 몇십 시간을 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강자가 되기 위해 늘 자신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충분히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이 어렵지만 필요합니다."*

*예능 프로그램 KBS 나는 남자다(김제동, 20대에게 들려주는 40대의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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