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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카펫 위를

2012. 1. 6.

by 조각 모음

검은 정장을 쫙 빼입고 레드 카펫 위를 걸으면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과 카메라들이 번쩍인다. 레트카펫 위를 걷는 사람은 항상 미소를 머금으며 손을 흔들거나 멋진 눈빛을 보내준다.


오늘 우리는 7시에 밥을 먹고 완전 군장을 준비했다. 그리고 서둘러 사열대 앞에 열을 맞춰 섰다. 6시간의 행군을 위해서다.


웬걸 30분 정도를 걸어 나가니 내 눈앞에 펼쳐진 건 다름 아닌 화이트 카펫!

저 멀리 첩첩산중으로 쫙 펼쳐져 있는 우리 52명을 위한 화이트 카펫이었다.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수많은 팔을 높이 뻗치고 있는 나무들, 우리를 보기 위해 이쪽저쪽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 같다. 화이트 카펫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힘을 내라고 소리까지 내준다. 뽀드득뽀드득.




강원도의 겨울은 항상 흰색이다. 11월 중순부터 눈이 오기 때문이다. 1월은 그냥 흰 달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행군을 나섰는데, 정말 절경을 보았다. 눈을 감으면 그날의 풍경이 아직도 펼쳐진다.


이때 처음으로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을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역 후 사진을 찍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길을 가면서 폰카로 그렇게 사진을 찍는 건지도 모른다.


그날 그 상황을 어떻게든 남겨두고 싶어서 이렇게 적어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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