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본 후의 맛
생각만 하던 일을 한 후, 느껴지는 맛이 있다.
가끔은 그 순간을 기억해 줘야 한다.
어떤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왔으며, 그 감상은 어떠한지.
감상은 사치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바쁘게 바쁘게, 앞만 보고, 넥스트 스텝만 생각하면서.
나쁘지 않다.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단 생각도 든다. 그리고 사실 그 과정에서 꽤 괜찮은 성과가 따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지내다 보면 달력에 기록해 두지 않고 분주히 약속을 다녀온 것처럼 어느 순간, "언제 중순이 되었지?"나, "최근에 뭐 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간을 잡는 방법은 없지만, 기억과 기록을 통해 시간에 "마디"는 만들어 둘 수 있지는 않을까.
지금 이 글은 브런치와의 첫 만남의 "시간 마디"다.
브런치, 당연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 왔기에, 미루어왔다는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정리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면서 항상 그 자리에 놓아두었던, 외면했던, 유행 지난 청바지를 정리한 후 정리를 정말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첫 글을 쓰고서야 브런치를 시작하고 싶었다는 걸, 생각만 하며 미루어왔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리고 꽤 상쾌하고, 뿌듯하고, 후련하며 기분이 좋다.
노트북만 켜서 타닥타닥 거리면 될 일이었다. 이 정도의 일에서 이처럼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사실을 기억해 두자.
이따금 무언가의 시작을 망설일 때, 이따금 또다시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할 때, 이 글이 나에게 안무를 묻겠지.
"요즘은 잘 지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