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 이어지던 어느 봄, 평소 늦게만 일어나던 조각은 오랜만에 일찍 눈을 떴다.
평소보다 일찍 자고 일찍 눈을 번쩍 뜨고서도 일어나는 게 불편하고 어색한 것에서 평소 습관의 무서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이미 깼는데 계속 누워있기도 죄책감이 들어서 일단 세탁기를 돌렸다. 세탁기가 다 돌아갈 때까지는 부지런함을 유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넷플릭스를 틀어두고 눈을 감고 듣기만 하려고 했는데, 하필 최근 즐겨보던 게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어서 도저히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무도, 꽃도, 그에 따라 얼어붙어 있던 우리들의 마음도 깨어나는 봄 날은 조각을 뒤흔들고 있었다.
뭔가 특별한 것을 하고 싶으면서도 너무 대단한 일은 하기 싫은 조각이는 일단 집에서 운동을 했다.
간단한 스쿼트와 버피테스트를 하면 온몸에 피가 돌기 때문이다.
일종의 하루 시작의 호각 소리와 같다고나 할까.
예전엔 한 번의 스쿼트에서도 멋진 몸을 상상했는데, 최근엔 10번의 스쿼트를 하면서도 겨우 이걸로 무슨 운동을, 헬스장 가서 더 열심히 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이 불현듯 지나간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라고 나의 생각을 알아채며 씻는다.
세탁기가 그 사이 다 돌아갔다며 노랠 부른다. 물기를 닦고 빨래를 넌다.
그리고 갑자기, 강가에 가서 책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마음속에서 멀다고 아우성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조각이는 고집부리기로 마음먹었다. 다녀오는 시간을 생각하면 집에서 책을 보거나 근처 카페를 가는 게 훨씬 좋다는 차분한 설득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미 고집을 부리기로 마음먹은 조각이는 그 말에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덮어놓고 고집부리는게 이따금 가장 좋은 방식이란 걸 알고 있다.
그렇게 1시간을 넘게 운전해서 강가에 왔다.
아직 차가운 공기에 창문을 5분 이상 열고 있기에 좋은 날씨가 아니지만, 통창이 모두 열려 있다. 아르바이트가 있는 곳 머리 위엔 히터가 나오고 있었다.
'이것 봐 괜히 왔지?'라는 말이 들릴 것 같아서 더욱 치열하게 경치를 감상했다.
그리고 춥지만 책을 읽었다.
이런 날 보고 '참 알차게 산다'라고 친구가 톡을 해줬다.
그 말에 '강물에 기대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거든'이라고 대답을 하려고 하다가 혼잣말로 삼켰다.
하지만 내가 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드디어 알았다. 강물에 기대고 싶었던 것이다.
인파, 줄줄이 막히는 자동차, 그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오토바이 이런 것에서 잠깐 벗어나 기대고 싶었나 보다. 물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며 이 모든 걸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행인 건, 강물 곁에서 휴식을 취한 조각이는 그 모든 게 서울이 우리를 반기는 방법이라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