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가 번개번개로 거듭나는 과정

by 조각 모음

시끌시끌한 금요일 밤, 생각도 정리하고 책도 읽을 겸 강남역 카페로 갔다.

네온사인보다 화려한 젊음이 넘실거리고, 이에 질세라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을 둘러싸고 생각정리를 한다라..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어지로 운 곳에 있으면, 오히려 내 생각은 덜 어지로 워 보이는 재미도 있다.


의자가 편한 자리에서, 그래도 너무 밤늦게 자면 안 된다는 생각에 디카페인을 시키고 앉아서 책과 노트북을 펼쳤다. 한 줄을 읽기가 무섭게 노트북 위로 손이 올라가는 걸 보니, 내가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구나 하는 걸 깨닫는다.


이렇게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일상 정리를 시작할 때쯤, 카톡이 울렸다. '형 답장이 늦었어요. 저는 이제 야근 마쳤어요' 최근 매일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친한 동생의 연락이었다.


널브러진 옷가지를 다 걸어서 방이 확연히 깨끗해 보일 때쯤, 이제 남은 정리는 청소기 돌리기 뿐이라는 생각에 내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그런 기가 막힌 타이밍의 연락이었다.


'이제 뭐 해?'

'교회를 가볼까 해요'

'교회 갔다가 마치고 잠시 드라이브나 할까?'

'좋아요'


번개 성공.

항상 이런 식이라 놀랍지도 않은 나의 약속 잡기.

이제 동생의 연락을 기다리며 최선을 다해 책을 읽으면 된다. 딱 좋다.


'형, 혹시 지금 바로 갈까요?'

'그것도 좋지. 왜?'

'교회 다녀오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요. 내일 아침에 운동도 가야 하고, 지금 바로 만나 수다를 떨까요?'

'좋아 데리러 갈게.'


번개가 더 큰 번개가 되었다.


책을 좀 더 읽고 이동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것도 인연이다라는 생각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금요일 밤, 두 남자의 드라이브. 니코틴도, 알코올도 없는 만남.

그렇게 둘은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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