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한다는 말?

계약서 잘 쓰기

by 조각 모음

내일부터 한다는 말을 한다.

정말로 내일부터 하기로 스스로 약속한다.

그렇게 내일이 되었다.


과연 오늘이 된 내일에 얼마나 그 일을 했는가?

잘 안 할 때가 많다.

'아 내일은 정말 하기로 했었는데'라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도,

원래 미룬 일은 안 하는 거야 라며, 양심의 가책조차도 느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 하기로 한 일을, 오늘이 되어서 하지 않았다고 해도 난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말은 힘을 가진다. 내가 약속한 것은 "내일"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이 되었다. 머릿속에 적힌 다짐의 계약서는 여전히 "내일"하겠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면 오늘은 당연히 다시 미루게 되는 것이다. 내일 해야 하니깐.

즉 우리는 여태 내일 하겠다는 일을 내일 하지 않았지만,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었다. 내일은 오늘이 되었고, 또 내일이 내일 오기 때문이다.


역시 계약은 분명하게 해야 한다. "내일 한다"

*여기서 내일이라 함은 2025.4.10의 다음날인 4.11. 을 의미한다.

라는 식으로 다짐을 해두어야 정말 내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일 하겠다는 말을 하지 말고 구체적인 어떤 날짜에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건 어떨까?

그런 식으로 다짐을 시도해 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그 일을 하기 싫어서 내일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을. 그냥 미루기 위해 내일을 들었다는 것을. 특정날짜를 언급하기 싫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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