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

by 조각 모음

과거 조각:


겨울, 눈이 내려 모든 색을 하얗게 만든다.

화려한 차이건 고물차이건 눈이 내리고 나면 똑같은 희색차가 된다.

사랑하는 이들이 하트표를 그릴 수 있는 행복의 도화지가 되기도,

혈기왕성한 아이들의 추억이 되는 눈싸움의 주둔지가 되기도 한다.


겨울, 매서운 추위는 모든 사람을 뚱뚱하게 한다.

아무리 몸매를 가꾼 여자라도 이때만큼은 굴러다닐 것처럼 옷을 입는다.

반면 모든 식물은 앙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사철나무를 제외한 모든 식물은 고개를 숙이건

땅속에 새로운 생명을 숨겨두고 사라져 버린다.

그게 아름다운 장미건, 못난 할미꽃이건...


이렇게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겨울, 물 역시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과거 조각과의 대화:


물이 얼어 하나의 얼음이 되었고, 그 때문에 단수가 되었다.

씻을 물이 없는 시간을 체험했다.

씻던 중 물이 끊기면, 생수를 받아와서 남은 비누를 닦아야 했다.

생수로 몸을 씻는 경험도 신선했다.

단수로 씻지 못하는데, 생수로 몸을 씻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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