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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멍게 Jan 09. 2021

큰일났다고 말한게 몇 번째인지는 몰라도

미대생, 진짜로 굶어죽을지도 몰라서 취직을 준비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미대생

#취준하기

#미술탈덕

#가능할까?


졸업전시를 구상하던 1월, 문득 더는 조각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에만 골몰할 수 있었던 3학년까지의 시간이, 예상치못하게 너무 빨리도 정리되었다. 아마도 온 1년을 조각을 위해 바칠 시기에, 그래야 한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시기에 급작스레 가까워진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이제 조각을 그만해도 될 것 같다는 확신이었다. 으레 있을 법한 미대 졸업 학년의 무기력증이었지만, 문제는... 미대를 나온 선배들 중, 전공을 하지 않는 사람의 모델이란 디자인 같은 인접 분야를 제외하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미술을 관둔다면, 다들 대체 뭘하고 살고 있는걸까?


순수미술과의 졸업 시즌이면 으레 나오는 말들이 있다. “대학원 갈거야”, “그냥 취준 해야지”(높은 확률로 어떤 취준인지는 정해져있지 않다), “일단 유예하려고” …(기타 졸업요건이 이미 안됨)… 등등. 비단 미대생에게만 등장하는 것은 아닌 사연들이지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미대생들은 웬만하면 미술, 창작의 언저리라도 여전히 있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건 아마 재앙일 지도 몰랐다.


조형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정보를 어떻게 구해야할지 하나도 모르던 때, 내가 마주했던 처참한(!) 화면.


작업은 차치하고서도, 그 무렵에는 조금씩 미술계에 불만이 생겨나고 있었다. 왜 미술계는 해외파에 석사, 박사를 단 사람들이 월 150도 안되는 월급을 받는 일이 생기는걸까?


사실, 월 150이어도 하고싶은 일을 하는 값이니 괜찮다고 무작정 생각한 때도 있었다. 어디든 신입은 원래 세금 떼면 200도 못받는다는거니까, 액수가 조금 달라도 어쩔 수 없지...라는 순진함을 속에 품고. 그러나 뭐라도 찾아보고자 들어간 취직카페에서 마주한, 연봉 3천이 ‘생활을 이어나가기 빠듯한 돈’이라는 글과 그에 달린 공감의 댓글들을 보자 나는 그제야 조금씩 무서워졌다.


그 돈도 생활하기 적은 돈이라면 앞으로 어떡하지? 막연히 작가 아니면 문화재단에 들어가서 좋은 일을 해야지. 요즘은 국가에서 지역문화사업도 미는 추세니까... 라고 자세한 사정은 모른채 철썩같이 믿던 내 환상은 무참히 깨졌다. 초봉이야 다 적지… 하는 수준에서 그칠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내 인생을 책임질 풀이 필요했다. 부모님의 은퇴는 목전인데, 축적된 자산은 없고, 서울에서 살지도 않고, 결혼 생각은 추호도 없는 나는 어서 인생을 책임져야 했다. 미술을 한다 생각했어도, 구체적인 부업 파이프라인 정도는 구축해놔야 하는 때였다.


한국에서 예술인으로 살기의 필수요소인 지원사업, 학생에게는 쉽지 않은 경쟁률이다.


불안이 슬그머니 올라오기 시작하던 3학년 2학기, 의무감에 수강한 취직과 진로라는 수업에서 받은 것은 대단히 긍정적인 충격이었다. 비교적 폐쇄적이지 않은 체계와 기회, 그리고 경영인들의 명확하고 현실적인 조언에 나는 거의 퇴마당하는 기분이었다. 그 때 알았다. 나는 내가 봐왔던 예술고등학교와 미술대학, 그 외의 환경은 전혀 몰랐다는 것. 혹여 다른 길을 가고자 한다면, 내 졸업장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


그 때,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정말 미술뿐일까? 약간의 희망회로를 돌려보자면, 이왕 0에서 시작하는거, 뭐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맨땅에 헤딩이라면 미술을 전공하면서 많이 해봤으니까. 미술을 하며 배웠던 아주 약간의 컴퓨터 기술과 나름의 기획 경험도 있으니, 우선 부업이라면 열린 길인게 아닐까. 그렇게 "할 수 있는 재주는 많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은 없다"는 미대생 밈에 희망을 한 스푼 얹으며 깨달은게 있었다. 미술의 값을 쉽게 보는 곳에서가 아니라, '미술적인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걸 미술이라 말하지 않는(어쩌면, 모르는) 곳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


이 넓은 취업시장 속, 선배님을 찾습니다.


미술적 기술이 무엇일까, 사실 우리가 이 어려운 현대미술을 전공하며 배운건 비단 '만드는 능력'만이 아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열정, 주체적인 기획력, 문제를 파악하는 시장 조사 능력,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마는 추진력이야 말로 미술의 진정한 구성요소 아닐까? 어째 조금 오글거리는 이 말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자소서의 용례에 아주 알맞은 사람들인 셈이다. 여기서 채울 것은 이제 취직에 맞는 경험뿐. 그런데 그걸 어디서 하냐, 그게 대체 어떤 일이냐가 문제 아니냐고?


한 때, 미대 졸업생의 결말은 결국 마약 제조라는 뉴스가 미대생들에게 웃픈 공감을 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생각보다 너-무 많다. 미대생은 정말 미술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능력은 취업시장에서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미술에서 배운 것들은 오직 미술에서만 의미있는 것들이 아니란걸, 나는 미술계 밖에서야 다시금 알았다. 오직 작가로의 길만 생각하며 학생 시기 내내 개인 작품 활동만 했던 사람이, 1년 만에 전혀 다른 업계에서 일을 하게 된 과정과 그 준비 방법에 대해, 이제부터 말씀드려보려 한다.



#미대 #예고 #미대생 #취준 #취준생 #미대졸업 #미대졸업하고뭐해요? #졸전 #미술하며살아남기 #미대생으로살아남기 #순수미술 #조형대학


졸업작품으로 낸 책의 광고 배너, 우리는 다른 일도 물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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