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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조규림으로.


#그냥 조규림으로.



인스타그램에서 #그냥 조규림입니다 라는 제목의 글을 7편 가량 연재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썼던 글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글들이었다.


연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돈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유료 구독서비스를 한 것도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 무용한 짓들을 왜 하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를 알아가는 자기발견의 글들을 묵묵히 써나갔다. 나는 독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냥 내 생각의 흐름을 자유롭게 재즈처럼 써나갈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독자들은 그 글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많은 전화와 카톡과 dm이 왔다. 다음 글을 언제 연재가 되냐며, 독촉 아닌 독촉도 많이 왔다.


그냥 조규림입니다를 썼지만, 내 안의 나는 아직도 자기 검열과 자기 억압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어쩌면 그 두려움을 깨고 싶어서 글을 써나간 것이지만.


유튜브 채널명을 다양하게 바꾸고 시도해보면서, 가장 이상해보였던 것도 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도 나다. 그 동안의 시간과 인생들을 계속해서 자기부정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뭔가 조금씩 그 이름을 통해서, 그 캐릭터와 정체성을 통해서 뭔가 쌓아나가다가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으면 그만두어야 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만의 정답이 있는데, 내가 조언을 한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좋은 일인지. 오히려 그들의 삶에 도움이 아닌 때때로 방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도 했다.


그리고 조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져서, 나의 캐릭터 역시 좋지 않게 느껴질까봐. 꼰대처럼 느껴질까봐 두려웠다. 리뷰언니를 했을 때는, 생각보다 나는 선택과 추천을 좋아한 것이지 리뷰라는 그 자체의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상한 나라의 다능인을 줄여서, 이다능이라는 이름을 만들었을 때 결국 다능인으로서 어떤 것을 할 것인지 방향성도 채 정하지 않은채 속도부터 붙였었다.


그러니까 리뷰어 이다능, 베스트리뷰어 이다능 이런 이름들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잘 사는 언니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컸다.


그래서 그 이후의 조규림도 해봤다가 쫄리니까, 조규림의 N잡러라이프로 했는데 너무 길고, N잡러 조규림으로 했는데. 이름 걸고 하는 콘텐츠다보니까. 정보 전달을 하면서 뭐 하나 틀릴까봐 자의식 과잉이 되어버리고.


이렇게 해도 부담감이 되었던 것은 N잡러의 세계에서는 누가누가 더 많은 직업을 하나, 누가누가 더 다양한 직업을 하나, 누가누가 더 돈을 많이 버나.


이런 식으로 무언의 경쟁 같은 것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N잡러로서 누가누가 더 팬덤이 많은가 등등. 나는 이러한 경쟁에서 이탈하고 싶었다.


사실 나는 N잡러를 하고 싶어서, N잡러를 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N잡러가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N잡러를 하면서 N잡러라는 말도 당시에 없어서 무시를 받아왔던 것이 나다.


오죽하면 스스로를 나는 무시받이라고 칭했겠는가? 뭐 하나 뚜렷한 방향을 가져간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확장해보면서 지금 N잡러를 대단하다고 바라보는 시점에서 일한 것이 아니다 나는 엄밀하게 말하면.


그래서 결국, N잡러가 되고 싶어서 N잡러가 된 게 아니라. 그냥 나대로 살다보니 N잡러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를 N잡러로 규정해버리니, 더 뭔가 새로운 직업들을 해야할 것 같아서 오히려 방향성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규정하는 모든 틀들을 다 깨버리고 싶다.


나는 자유를 사랑하는 인간이고, 남들의 시선과 세상의 상식보다 나 자신의 영혼과 생각과 마음을 따르는 자유인이고 싶을 뿐이다.


원래 진짜 하고 싶었던 네이밍 중 하나는 추녀다. 추천해주는 여자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체험하고, 이에 대한 내 단상과 시선을 나누고 싶을 뿐이었다. 경험주의자다.


추녀라는 이름은 주변인들의 만류로 인해 하지 못 했지만, 추천소녀라는 이름도 생각해보았을 때 정말 탐나고 해보고 싶은 이름이었다.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바보같고, 은근히 성실해서 그 이름을 하게 되면 또 그에 맞는 콘텐츠들을 하고자 매우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열심히 활동해서 한참 알려질 때이고, 이 이름을 등에 업고 온라인 강의 시리즈를 런칭하기도 했고, 복주환 저자의 4번째 책인 <당신의 생각을 정리해드립니다>에도 많이 나오는 이름인데.


나는 또 한 번 자기부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N잡러로 나를 규정하면서, 더 많은 일들을 멋지게 해내야할 것 같은 부담감으로 손목링겔투혼을 불태웠다. 그 멍자국이 무슨 훈장인 것처럼 말이다.


언제 또 어떻게 내 생각이 바뀌어서 뭔가가 바뀔지 나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쫄려서 못 했던 내 이름 석자로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자유롭게 해보고자 한다.


조언하려는 목적도,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것도 아닌 그저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서 도전해보고자 한다. 어찌 보면 이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론에 입각하여, 많은 것들을 이루어냈기에 이제 비로소 할 수 있는 것들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들, 집이라든가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들을 약간은 해결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제는 내 인생을 그 누구의 뜻도 아닌 내가 해보고 싶은 대로 살아가고 싶다.


틀과 규정과 누구에게 보여지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펼쳐나가고 싶다. 그냥 조규림입니다 연재 시리즈와 인스타글들이,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함도 아니었고. 독자를 고려한 글도 전혀 아니었지만.


사랑을 받고,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었던 것처럼. 날것의 글들을 써내려가는 보헤미안이 되고 싶다. 그리고 코로나로 여행이라는 것이 쉽지 않아졌지만.


틈나는대로 인적이 드문 곳을 여행하고 산책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단상들을 적어나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여행작가도 되고 싶고, 소설가가 되고 싶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강사, 사업가의 기질보다도 아티스트, 크리에이터의 기질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동안은 먹고 살기 위해서, 책임들을 위해서 강사, 사업가의 작은 기질들을 최대화하여 나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면 이제는 글쓰는 것, 기록하는 것, 생각하는 것, 창조하는 것 등으로 돈을 벌고 살고 싶다. 진정한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끊임없이 열심히 살아왔지만, 끊임없이 자기부정을 해야만 했던 나. 자기 검열과 자기 억압을 했던 나. 이제는 모든 것들을 다 깨부수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보려고 한다.


충분히 힘들었고, 충분히 울었고, 충분한 자기 부정으로 무기력증도 있었고. 우울증도 있었고, 절망도 있었다. 그리고 그 쉬어가는 과정 속에서 다시 나를 일으켜세우고, 다시 뭔가를 시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 나에게 어떤 가스라이팅도 하지 말아주시길. 부탁합니다.


유튜브 : 조규림

인스타그램 : @jogyurimn

블로그 : blog.naver.com/adviceunnie

카페 : 

cafe.naver.com/special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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