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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나였다.

나 뿐이었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나였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나였다. 나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이제는 아무도 나에게 못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고, 잘하는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내 스스로의 낮은 자존감 감옥에 갇혀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다 경험했기 때문이다. 못 하는 것도 많았던 내 모습을 알고 경험한 것도 나, 아직 미숙하고 부족해서 무시를 받았던 것도 나, 그렇기에 내 실력은 점점 성장하고 있었지만 아직 나는 상처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었다. 집에 택배가 왔는데 사람이 없어서 택배 기사 분이 무인 택배함에 택배를 두고 갔다. 문자가 왔다. ‘301호, 택배 무인 택배함 4번에 넣어놨어요.’ 이상했다. 왜 무인 택배함 비밀번호를 같이 안 알려 주시는 거지? 보통은 같이 보내 주기에, 깜박 잊어먹고 안 보내 주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좀 더 기다렸다. 다음 날이 되어도 비밀번호를 보내 주시지 않았다. 나는 무인 택배함 앞에 서서, 택배함 안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 많이 생각했다. 비밀번호가 뭘까? 1234일까? 1111일까? 0000일까? 1004일까? 4321일까? 2468일까? 2580일까? 대체 뭘까? 왜 안 보내 주시는 거지? 안 되겠다 싶어서 문자를 보냈다.


‘기사님 00힐스 1동 301호인데요~ 무인 택배함 비밀번호가 안 와서 못 열고 있거든요~ 비밀번호 좀 알려주시겠어요?’ 기사님에게 답장이 왔다. ‘비밀번호 없어요. 그냥 넣어놨어요. 찾아가세요~’ 그 때 느꼈던 충격이란. 아무도 그 무인 택배함에 비밀번호를 걸어놓지 않았는데 열지 못 했다. 아니 열려는 시도조차 안 해봤다. 1234든 1111이든 누르거나 하면서 열어볼 시도도 안 해봤던 거다. 그냥 머릿속으로만 비밀번호가 뭘까? 왜 안 알려 주셨을까? 이렇게 생각만 했지 한 번도 행동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때 내가 느낀 것은 어쩌면 나도 이렇게 혼자 갇혀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도 나를 가두지 않았는데, 혼자 내가 낮은 자존감의 감옥을 만들어 그 안에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생각해보면 이제는 잘 하는 일이 많았다. 커리어 컨설팅을 잘 하니까, 커리어 컨설팅이 계속 들어왔을 것이다. 자기소개서 첨삭을 잘 하니까 자소서 컨설팅이 계속 들어왔을 것이고, 면접 답변을 같이 고민해서 잘 만들어 주니까 면접 컨설팅이 계속 들어왔을 것이다. 강의를 잘 하니까, 강의가 계속 들어왔을 것이다. 강연을 잘 하니까, 강연도 계속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쭈그리처럼 ‘나는 잘하는 게 아직도 없는데 ㅠㅠㅠㅠㅠㅠ' 이러고 있었던 거다. 대체 우리에게 ‘잘한다’의 기준은 어디까지인 걸까? 진짜 엄청나게 잘해야만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잘한다 is 완벽하다 인 것일까? 그렇게 높은 기준치를 가지고 있다면, 도전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행복해지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준치를 낮추자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어느 정도 잘하는 게 많은 사람이다. 여러가지 잘하는 걸로 밥 먹고 살고 있지 않나? 밥 먹고 살고 있는 거면, 잘하니까 밥 먹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정말 너무 못 하면 그 일로 밥 먹고 살 수 없을 것이니까.



내가 커리어를 쌓아나가면서 힘들고 흔들릴 때마다 했던 생각이다. ‘짚신도 짝이 있듯, 나에게도 내게 맞는 일이 있을 거야! 나도 잘하는 게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지고 살아왔다. 최고로 잘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특출나지 않아도 괜찮다. 특출나고자 노력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노력해봤는데 특출나지 않아져도 괜찮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게 있다면 공부하고 공부해서 그것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면 된다. “잘하고 있다, 잘할 거다” 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말이다. 아이유는 스스로를 토닥거리기 위해, 자신의 팔을 교차해 자신을 안아주는 포즈를 취하고는 오늘도 잘 했다며 쓰담쓰담해 준다고 한다. 아무도 나에게 잘 했다고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많이 부족하더라도 스스로를 응원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하지 못 했기에, 그래서 너무나 오랜 시간을 자책하고 괴로워했기에 내 글을 읽는 규독자님들은 그랬으면 좋겠다. 나처럼 나 자신을 인정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정해주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어차피 내가 나를 경멸하고 싫어하고 무시해도 시간은 가고, 내가 나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지지하면서 지내도 시간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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