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를 보고 얻은 교훈

일보다는 가족, 성공보다는 행복, 내일보다는 오늘.

곰돌이푸다시만나행복해_구글.jpg 나의 인생영화. 올해 최고의 영화. (출처 : 다음)

#곰돌이 푸가 나에게 준 교훈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를 보고 작성한 영화평론. 스포 초큼)


사람들은 말했다. 이 영화는 애들 보여주러 갔다가 아빠가 울면서 나오는 영화라고. 남자친구 주환이와 나는 최근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둘다 에니어그램으로 하면 3번이 강한 유형이다. 한 마디로 독수리 유형. 성취욕이 강하고, 야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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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나는 불꽃 축제를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만 까먹어버렸다. 역시 욕망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딩가딩가 누워서 잠만 잤다. 잠만보가 따로 없다.


firework-450w-505658425.jpg (출처 : shutterstock)


주환이는 내게 곰돌이 푸라서 행복해라는 영화를 보자고 말했다. 그는 욕망을 구체화해서 나에게 제안한 것이다. 왠지 그 영화를 보면 힐링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행복한 눈물을 흘렸다.


영화에는 크리스토퍼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그 소년은 푸, 피글렛, 티거, 이요르 등과 함께 숲에서 놀다가 기숙학교를 들어가야 해서 이사를 하게 된다. 작별이다. 나도 작별을 참 많이 하고 살았다. 좀만 친해질 뻔하면 작별을 했다. 초등학교를 5군데를 나오고 중학교를 2군데 나왔으니 말이다. 만약 내가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좋은 동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살게 해주고 싶다.


푸는 항상 그를 기억했다. 30년이 넘는 동안. 하지만 그런 사이 소년은 기숙학교에 갔다가, 성인이 되어 군대에 가서 전쟁도 했다가, 가방 회사의 팀장이 되었다. 그렇게 일만 하며 바쁘게 살아 아내도, 딸도 제대로 보지 못 하면서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었다.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 돈을 버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품백을 사려고? 그렇지는 않다. 물론 있으면 좋지만, 나는 보여지는 것보다는 보는 것에 돈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험하는 것에 돈을 쓰기로 했고, 나에게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음...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일상을 지속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들을 지키기 위함이리라. 엄마, 연인, 친구들. 이렇게인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돈을 벌면서, 내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이 보내지 못 했다. 그들을 외롭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 항상 돈으로 바르며, 물건을 사주거나 비용을 대거나 하는 임시방편으로 막았다. 주말까지 나는 일을 해댔다.


영화를 보면서 신기했던 것은, 나도 주환이도 둘다 주인공 크리스토퍼에 이입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남편을 둔 아내에 이입할 수도 있었고, 그런 아빠나 엄마를 둔 딸에 이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둘 다 남편에게 이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둘 다 가장이기 때문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서로 꽤 닮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닮은 점에 끌렸을 지도 모른다.


내가 살면서 슬펐던 말은 “남의 집 가장은 빼오면 안 된다”라는 말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결혼을 앞두었을 때 종종 하는 말이었다. 결혼 상대자가 그 집안의 가장일 경우, 괜히 빼오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글쎄... 모르겠다. 그들은 가장이 아니라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지만,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를 맞아죽는 것처럼. 아픈 말이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장례식장에 온 한 중년 여성이 그에게 말했다.

"너가 이제 가장이야.." 미래의 가장이 될 그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일해왔다.

사실 우리 엄마도 가장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하셨다. 나는 그녀를 정말이지 존경한다.


주인공은 고된 일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간다. 30년이 지나 푸가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푸에게 말했다. “나는 너가 기억하는 그 사람이 아니야. 어린 시절의 애가 아니라고, 나는 책임감이 막중한 어른이야”라고 하자, “하지만 너는 크리스토퍼인 걸”이라고 했다.


나도 요즘 내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노예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노래인 노엘~ 노엘~ 하는 노래를 노예~ 노예~ 로 개사하며 부르기도 했다.


주인공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자, 푸는 “와... 그럼 정말 친구가 많이 생겼겠다.” 라고 했지만, 그는 “아니야 그들은 친구가 아니야”라고 했다. 그렇다. 일로 만난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친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고 싶다. 우리는 얼마나 마음을 닫고 살아왔던가.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역할인 김혜수는 이렇게 말했다. “직장에서 친구 사귈 생각하지 마세요. 직장은 사교의 장이 아니예요” 나는 한 때 그 말을 듣고 위로받았었다. 회사에서의 관계가 어려웠을 때, 이 말을 듣고 ‘그래 맞아. 회사에서 친구를 사귈 필요는 없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때로는 나에게 위안이 되고, 때로는 나를 더 외롭게 했다.


직장의신.jpg (출처 : 오마이뉴스)


크리스토퍼는 어릴 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안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그의 딸도 기숙학교에 보내고자 했다. 그의 딸에게도 생산적인 활동을 다그쳤다. 그냥 놀이 말고, 독서를 강권한다든가. 책을 읽는다하더라도, 도움이 되는 책을 읽기를 바랐다.


하지만 푸는 달랐다. 푸는 정말 쓰잘데기 없는. 정말이지 무용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기차 안에서 ‘본 것을 그대로 말하기’ 놀이 등을 했다. 나무, 구름, 개 등을 말하면서... 이 때 나는 내 머리 옆에서 돌이 깨지는 것 같았다. 왜 만화에서도 어떤 깨달음을 얻으면 머리 옆 돌이 깨지지 않는가?


나는 언제 나무를 봤지? 구름을 봤지? ...

나는 걸어가면서도 카톡으로 일했고, 전화를 했고, 밀린 메일을 봤다.


푸 : "What day is it?" (무슨 날이야?)

크리스토퍼 : "Today" (오늘이야)

푸 : "Oh my favorite day!" (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이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한 줄로 하자면 이렇다.

일보다는 가족, 성공보다는 행복, 내일보다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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