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장강박증에서 미니멀리즘으로.

무소유를 찬양하며...

# 저장강박증에서 미니멀리즘으로.

무소유를 찬양하며...


나는 잡동사니의 후예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참 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내 별명은 보통 도라에몽, 만물상, 짐녀 등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사물함을 혼자 3개는 썼다. 내 사물함 + 빈 사물함 2개를 꽉꽉 채워서 썼다. 책상 서랍도 항상 꽉 차있었다.


책상 옆에는 쇼핑백도 3~4개씩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정리는 안 되어있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사람들에게 물건을 빌려주는 사람이었다.


친구들은 내게 “반장, 스탬플러 좀 빌려줘”, “반장, 가위 좀”, “반장, 풀 좀” 이렇게 물건을 빌렸다. 한 번은 수련회에 갔다. 보아의 마이네임 춤을 추는 장기자랑을 하고 나서, 호루라기를 불면서 끝내고 싶다고 말한 친구가 있었다. 그 때 내가 “어? 나 호루라기 있어!” 라고 말하자, 친구들은 나의 물건 수집력을 인정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맥시멀리스트인 이유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사는 집에 막걸리잔 3개를 들여다놓고, 와인잔을 들여다놓고 하는 것 말이다. 사실 나는 그닥 술도 못 마시는데,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면 이런저런 것들을 내오고 싶었다.


내가 물건을 모으는 것들은 어찌 보면 과시 때문이 아니라, 정말 누군가를 위해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남은 음식이나 물건들도 자주 싸왔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인지 아직 모를 어떤 누군가를 위해.


내가 왜 이럴까? 사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인정이나 사랑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했을 때 얼굴이 예쁜 것도, 공부를 잘 하는 것도, 반장으로서의 리더십이 있는 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언가를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사람들이 나를 더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나보다. 사실 지금도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오래 만난 친구들 아니면 자꾸 무언가를 주려고 한다. 나는 사실 돈이 많은 사람은 아니라서, 무언가를 사주기는 어렵고 그러니까 자꾸 정보나 조언이라고 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나는 모든 것이 많다. 맥시멀리스트다. 집에 가보면 물건도 많고, 가방을 열어봐도 물건이 많고, 컴퓨터를 열면 파일이 많고, 핸드폰을 열면 앱이랑 사진이 많고, 카메라의 메모리카드는 꽉 차있고, 고프로 용량까지 꽉 차있다.


내가 봤을 땐 나의 어떤 결핍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물건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도 맥시멀리스트다.




스터디맥스라는 영어어플, 모두의트레이닝이라는 운동어플, 시간트레이닝, 디지털마케팅 1년권, 방송댄스 1년권, PT 사용권, 피부관리 사용권, 강연 수강권 등 한 번에 동시에 하느라 못 한 것도 수두룩 빽빽하다. 모든 일을 벌여놓고, 처치가 곤란한 것이다. 배움에 대해서도 지식쇼핑을 하면서 이것 쪼끔, 저것 쪼끔 하는 나였다.


나는 이제야 고백한다. 나는 내가 산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100권의 책이 있다면 완독한 것은 약 2권이다. 미국 드라마 프렌즈가 한창 유행할 때, 나는 프렌즈 대본 10권을 샀다. 물론 1권도 채 끝내지 못 했다. 백과사전도 사놓고 읽지 않았다. 스터디맥스에서 옷 책 16권도 단 한 권도 끝내지 못 했다. 나는 저장강박이었다. 수집가인 나는 열정적으로 사들였지만, 모으기만 하고 버리지는 못 했던 것이다.


물론 미니멀리즘이 무조건 좋고, 맥시멀리즘이 안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자본주의활동에서 조금은 쉬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한 마디로 조금 덜 먹고, 옷을 덜 사고, 모든 걸 덜 살 것이라는 선포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무조건 비싸고 좋은 것만 좋은 지 알았다.


음식도 그런지 알았다. 외식. 비싸고 좋은 것. 하지만 그런 게 아니더라. 음식도 나한테 맞는 음식. 내 몸에 좋은 음식. 비싼 음식이 좋은 음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옷도 마찬가지다. 비싼 옷이 무조건 좋은 옷이 아닌 것이다. 내 퍼스널 컬러와 체형, 얼굴형, 스타일, 직업에 맞는 옷이 좋은 옷이었다. 그것은 외모는 자존감이다 김주미 작가님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주미 작가님이 하시는 이미지 코칭클래스와 스타일링 클래스를 수료하고 퍼스널 쇼핑까지 해 보면서 느낀 것이다.


예를 들면 백화점에 가서도, 이전의 나라면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내가 이쁘다고 생각한 몽클레어 패딩 하나를 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미작가님과 함께 하면, 특유의 감각과 센스로 에코 퍼 하나, 목도리 하나, 니트 5개, 바지 2개, 정장 마이 2개, 부츠 1개 이런 식으로 골라주신다.


만약 나는 그 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잘 먹고 잘 살고, 이쁘게 살자는 내 욕망을 무조건 많이 벌고, 많이 쓰고, 비싼 것을 쇼핑하자라는 주의로 살았을 지도 모른다. 내 몸 축 나는 것도 모르면서...


이제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함을 느끼며, 음식 하나를 먹더라도 만든 과정을 생각하고 깊게 음미하며... 더 이상 소비에 집중하는 삶이 아닌, 하나하나 음미하는 프랑스 여인과 같은 삶을 살 것이다.


프랑스 여인은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먹는다나? 그리고 그러다보면 행복한 호르몬이 나와서 살도 덜찐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음미하지 않고 단지 먹는 것 자체에 집중한다. 그리고 더 많이 먹으려고 한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본 내용이다. 물론 프랑스 여인도 나처럼 빵을 보따리보따리로 먹으면 살이 찌겠지만;;;


작더라도 내가 가진 것들, 내가 가진 외모나 체형, 내가 가진 생각, 내 선택, 내 시간, 내 관계, 내 시간, 내 삶. 감사하고 음미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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