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를 받는다는 것은, 적어도 무언가 시도하고 있다는 것.
#무시받이
무시를 받는다는 것은, 적어도 무언가 시도하고 있다는 것.
씨받이라는 말이 있다. 정식으로 사전에도 등록된 말이다. 집안의 혈통을 이을 아이를 다른 여자가 대신 낳아 주는 일. 또는 그 여자를 일컫는 말이다.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은 욕받이 무녀라는 칭호로 나오기도 했다. 문득 나는 내가 무시받이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즉슨, 무엇을 하든 참 무시를 많이 받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어렸을 때는 크게 무시를 받아본 적은 없었다. 어렸을 때는 내 능력이 어찌 되었든, 그렇게까지 뭐라고 하는 분위기가 아니지 않은가.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는 곳이고, 직장은 돈을 받으면서 다니는 곳이기에 사실상 학교에서는 그렇게까지 혼나거나 무시당할 일은 많이 없다.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이 어려워하는 것은 그 갭을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대학생이 되면서 무시를 받아왔다. 나는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 입학했다. 나는 리더십 전형으로 입학했다. 수시 1학기로 입학하여, 특이하게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부터 대학에 미리 다니기 시작할 수 있었다. 고 3, 2학기를 고등학교 3일 대학교 2일 이렇게 다녔다. 그러면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 때부터 무시받이 인생이 시작되었다.
군인 출신의 부점장님은 나에게 마대걸레질을 왜 이리 못 하냐고 무시하셨다.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는데, 본인만의 답과 스타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인 출신답게, 제일 구석부터 마대를 각을 잡아서 딱딱 꺾으면서 하셨다. 왜 각잡고 안 하냐고 혼이 났다. 왜 자기처럼 올곧게 허리를 세워, 마대를 좌우로 지그재그 각잡아서 못 하냐고.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팔에 힘이 약한 나는 그리할 수 없어서 무시를 당했다.
이후 소프트아이스크림 만들기를 배웠다. 처음부터 이쁘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지 못 한 나는, 아이스크림을 10번이상 버려가며 “다시” “다시” 하면서 겨우겨우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내는 알바가 될 수 있었다.
치킨집 서빙알바를 할 때는, 소스통에 소스를 제대로 담지 못 해서 무시를 당했다. 당시 치킨 양념소스를 통에 담고 있었다. 하나하나 통에 담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께서 오셔서 호되게 혼을 내셨다. 손이 느리다고 하시는 거였다. 나처럼 하나하나 통에 담는 게 아니라, 테이블에 통을 쭈루룩 다 펼치고 소스를 타타타타타탁 공장처럼 붓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나에게 비수를 하나 날리셨다. “집에서 일 많이 안 해 봤니?” 그런데 반박할 수 없는 것이, 실제로 일을 많이 안 해 봤다;; 소스통에 소스를 느리게 담아 무시를 당했다.
대학에 가니 영어를 못 한다고 무시를 당했다. 기업영어라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외국인 교수님이 다른 학생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수업을 하셨다. 나는 짝궁인 여자분에게, 최선을 다해서 영어로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잘 할 수 없어서, 우물쭈물했다. 그 분은 나를 약간 벌레보듯이 쳐다봤다. 마대질 못하기나 소스통에 빨리 못 담아서 받는 무시는 그래도 빠르게 배우거나 하면서 이겨내고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영어로 무시받는 건 또 처음이었다. 그 날 나는 고시원으로 돌아와 꺽꺽거리며 울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무시는 내 원동력이 되었다. 그녀의 째려본 눈빛은 무서웠으나, 다시는 그런 멸시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 이를 갈고 노력했다. 미국대학에 가서 공부하기 위해, Toefl시험도 보고, 결국 장학금까지 받으며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 있었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왠만하면 다 영어로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첫 회사를 화려하게 수석입사했지만, 그 이후로도 나에게 정말 맞는 직업을 찾아 10번 이상을 이직했다. 너무 이직을 자주 하다보니, 이력서를 내자마자 무시를 받곤 했다. 그래서 나는 이를 비틀기 위해, 취업진로컨설턴트가 되기로 했다. 사실 이는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취업컨설턴트로서 나의 다양한 이직 경험과 직무 경험은 오히려 독이 아닌 득이 되기도 했다.
무시받이 인생이 어느 정도 끝나나 했더니, 끝이 아니었다. 강사가 되니 나이 어리다고 무시받아. 얼굴 어려보인다고 무시받아. (실제로 어리기도 했다) 여자라고도 무시받아. 학사 출신이라고 무시 받아. 책 없다고 무시받아. 취업컨설턴트인데 삼성출신이 아니라고 무시 받아. 인사팀 출신이 아니라고 무시받아. 참 여러모로 무시받아 왔다.
하지만 그 많은 무시들을 딛고, 페이스북/블로그 특히 유튜브로 브랜딩을 해서, 나는 어느덧 누구의 도움 없이도 방송을 하고, 글로벌 뉴스든, 공중파 방송이든 나가는 취업계의 스타강사가 될 수 있었다. 또한 대학에서도 강의 뿐만 아니라 명사특강 같은 강연에도 설 수 있었다.
나는 좋은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는 여러모로 인정받는 베스트셀러 작가인데다가, 기업과 대학에 출강을 많이 가는 소위 말해 스타강사다. 그리고 나는 처음에 그가 그런 사람인 지 몰랐다. 앳되어보이는 얼굴에 야심차보이는 모습이 다인 줄 알았다. 여튼 사귀고나니 그가 그런 사람인 줄 알게 되었다. 강사쪽에서는 그래도 꽤 인지도가 높은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 또 무시라는 부메랑으로 올 줄은 그 때는 몰랐다ㅎ
외동딸이라서 무시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사실 우리 집에서는 그래도 내가 가장 똑똑하고 야무지고 잘 하는 애여서, 친척들도 나를 항상 칭찬해주고 그랬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동종업계 사람이고, 나보다 훨씬 앞쪽에 있다보니까 사람들이 우리 둘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그런 비교를 면전에서 많이 듣곤 했다. 그러고 나면 나는 2주 정도 체하고, 주환이는 미안해했다.
나는 항상 생각했다. ‘나도 잘 하고 싶은데... 나도 잘 하고 싶은데...’ 그러면서 주환이는 되고 나는 안 된다는 무시를 받고나면 그렇게 괴로워했다. 나도 그처럼 잘하고 싶었다. 나도 그처럼 브랜딩도 잘 하고, 책도 잘 쓰고, 강의도 잘 해서 잘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되고, 내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웅변대회를 나갔었다. 예고를 가서 연극을 했기에, 무대 경험이 많아 사람이 많은 강연장도 쉽게 적응하고 휘어잡는 것이었다. 그는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강의 경력은 더 길었다.
반면 나는 그가 웅변대회를 나갈 때, 댄스 경연대회를 나가는 애였던 것이다. 나는 어쩌면 그보다 삶을 더 즐기면서 살아왔는 지도 모르겠다. 요즘도 그가 강의를 갈 때, 나는 춤을 추러가니까 말이다. 나는 이제 받아들이고, 귀여운 게으름뱅이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그도 그런 나를 더 좋아했다. 그를 이기려고 아니 적어도 동등해지려고 아득바득하면서 맨날 체하고, 머리 아프고, 울고, 스트레스 받고, 바쁘고, 건강하지 않은 나였다. 그런데 지금 그냥 다능인이라는 내 모습 자체를 인정하고, 춤도 추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일도 내 나름대로 해나가는 나. 예전보다는 돈도 덜 벌지만 애교와 웃음은 더 많아진 귀여운 게으름뱅이인 행복한 나를 그 역시도 더 좋아했다. 참 신기했다.
강의 하나도 완전 취업 Top 강사까지 간 게 아닌 상태에서, 사업 다각화로서 강연 에이전시를 열었다. 무시받이답게 또 무시를 받았다. 내 업 자체를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각종 대학사업들을 운영하는 회사로 컸다. 올해는 국가사업까지 당당히 입찰받으면서 큰 사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튜브를 할 때도 무시받이답게 무시를 받았다. 너 유튜브처럼 노잼인 유튜브를 누가 보겠냐고. 그런데 지금 내 유튜브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라이브에도 1시간씩 나와 함께 있어주고. 영상 당 조회수가 몇 천회씩 나오는 영상도 있다. 그리고 나는 유튜브와 관련된 강의나 컨설팅을 하며, 새로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도와드리는 일도 하고 있다.
한 때 나처럼 무시를 받은 사람이 한 명 있다. 축구선수 호날두다. 그의 영상을 본 적 있다. 집 차고에 주차되어있는 빨간 페라리가 있었다. 그 페라리를 보며 호날두는 과거를 회상한다. 유소년 축구팀 시절, 학교에 다닐 때 그가 잘못한 것이 있어 벌로 쓰레기 수레를 비운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학급 친구들은 그를 무시하며, 그 쓰레기 수레에 페라리라고 써 놨다. 그리고 그가 지나갈 때 “부릉부릉 페라리 지나간다”라고 놀렸다고 한다. 그리고 호날두는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래 계속 짖어라. 나는 언젠가는 진짜 페라리를 탄다.” 그리고 갑자기 영상 속 화면은 그의 빨간 페라리를 클로즈업한다. 호날두는 말한다. “그 결과야...”라고...
방탄소년단도 처음 나왔을 때는 그 이름 때문에 무시를 받기도 했다. 그들이 빅뱅처럼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네이버 기사 댓글에는 그들을 무시하는 발언이 많았다. 랩몬스터라는 그의 이름을 무시하기도 했다. 어떤 힙합가수에게 무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실력으로 전세계를 제패하고, UN연설까지 했을 때 사람들은 더 이상 그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외심을 갖는다. 리스펙한다.
내 인생을 바꿔준 하나의 사건이 있다. 바로 공부 9단, 오기 10단의 박원희 저자강연회에 간 것이다. 고등학교 때, 인천에서 혼자 서울 세종문화회관까지 강연을 들으러 갔다. 강연자는 민족사관고등학교라는 당시 최고 명문고를 졸업했다. 그런데 그녀도 유럽사 선생님에게 무시를 당했다. “너는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 하는구나. 계속 국제반에 있어도 좋은 지 잘 생각해봐라.” 하지만 그녀는 결국 하버드 및 해외 명문대 약 10곳을 합격했다.
그리고 하버드에 갔다. 그녀는 최근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까지 받았다. 그런 그녀도 영어로 무시당한 적이 있다는 얘기다. 나는 문득 그녀의 삶이 궁금해졌다. 내 눈엔 당시 최고의 가수, 보아 부럽지 않게 예쁜 그녀가 어떻게 공부에 그렇게 집중할 수 있었는 지 궁금했다. 그리고 책의 이름이 왜 공부 9단, 오기 10단인 지도 궁금했다. 질문 시간에 번쩍 손을 들었다.
“책 이름이 공부 9단, 오기 10단인데 어떻게 그렇게 오기를 낼 수 있었죠?”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사람들이 저에게 박원희는 00을 못 해, 수학 못 해라고 이야기할 때, 저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라고 말하며 눈빛을 강하게 찌릿 쐈다. 순간 나는 그녀의 당당함과 자신감에 압도당했다. 정말 멋져보였다. 그 이후로 나도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배웠던 것 같다. 나 역시도 사람들이 “조규림은 00을 못 해”라고 할 때,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외동딸인 나는 정말이지 무시를 받지 않고 살아왔는데, 사회는 비교 투성이였다. 그리고 나는 무시받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가진 게 없었고, 특출난 외모도 재능도 실력도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무시를 받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한 때 나는 그런 나를 조금 싫어했던 것 같다. 왜 나는 외모가 뛰어나지 않을까? 왜 나는 돈이 많이 없을까? 왜 나에겐 특출난 재능이 없을까? 등등... 소위 요즘 말하는 자존감. 나는 그게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무시받이였던 나는 더 이상 무시를 받고 싶지 않아졌다. 아니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무시를 받는 것에 대하여. 그 때부터 칼을 갈았다. 그리고 결과를 빵빵 터뜨렸다. 나는 오늘도 묵묵히 칼을 간다.
나는 무시받이지만, 내 스스로는 나를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타인들에게 무시를 당할 지언정, 나는 나를 인정한다. 그리고 나를 믿는다.
페이스북 자기소개에 쓸 말이 없었지만, 그렇게 되고 싶어 <취업계의 스타강사>라고 적었다. 이후 직업방송과 글로벌뉴스, 공중파에도 나갔다. 대학에서 강연을 한다. 네이버 메인에는 10회 이상 떴다. 브런치 메인, 카톡 메인 등에도 걸렸다. 동영상이든 글이든 조횟수가 몇 천회씩 된다. 콘텐츠 관련 회사들에서는 섭외 연락을 하고, 칼럼을 써달라고 요청한다. 칼럼을 쓰는 것 역시도 하나의 내 일이 되었다. 이제는 내 페북 자기소개가 어느 정도 힘을 실어간다.
나는 작은 여자사람처럼 보일지 모르나, 속은 튼실하다. 성취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를 믿는 것이다. 내가 무시받이지만, 동네 북이지만 당당한 이유다.
그래서 처음에 사람들은 나를 무시하지만, 결국에는 나를 인정해준다. 지금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더 이상 무시가 아니다. 바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다. 이제 나는 그 무시들을 다 딛고 일어나, 사람들에게 나만이 줄 수 있는 가치들을 주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내게 고맙다, 감사하다, 선생님처럼 살고 싶다, 존경한다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무시를 받고 있는가? 결과로 보여주면 된다. 어떤 선택도 옳거나 틀린 것이 없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 단지 내가 그 선택을 나에게 맞는 선택으로 만들어가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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