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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느리게 헤엄친다

왜 꼭 빨라야 하죠?


#거북이는 느리게 헤엄친다


(사진은 곧 시행될 네이버 인플루언서 서비스 중 베타서비스 500명 내에 드는 것을 도전했던 것ㅋ)








 거북이는 느리게 헤엄친다. 나무늘보도 느리다. 나도 그렇게 빠른 사람은 아니다. 그런 모습에서는 아빠의 느림을 닮은 것 같다.




 엄마는 걸음도 빠르고, 운전도 빠르게 했다.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엄마보다 걸음을 빨리 한 적이 없다. 어릴 때 나는 엄마 차를 타면, 너무 빨라 무서워 보조석 위의 손잡이를 잡곤 했다. 실제로 엄마는 카레이서 동호회를 가입하기도 했다.




 반면 아빠 차를 타면 보조석의 손잡이를 안 잡아도 될 정도였으니. 나는 때때로 느림이 좋다. 과일을 깎을 때도 느리게 깎을 때는 손이 베이지 않는다. 채를 썰 때도 마찬가지다. 서랍도 느리게 열면, 서랍이 떨어져 발톱을 찧는 일 같은 것은 없다. 걸을 때도 느리게 걸으면, 넘어지거나 다칠 기회가 매우 적다.




 그런 것을 다 알면서도 나는 왜 이리 빠름을 추구했을까? 이 자본주의 부르마블은 빠름이 우대되는 세상이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성공하고, 건물을 사놓으면 부르마블에 걸리지 않는다. 오히려 건물주가 되어, 다른 사람들이 내 칸에 도착하면 건물을 올려놓아 월세를 따박따박 받을 수 있다.




 돈이 돈을 만드는 세상이다. 자본주의 부르마블에서 승자가 되려면 빠르게 돈을 벌어서, 빠르게 땅을 사고, 빠르게 건물을 올려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빠름을 숭배하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일찍 성공하는 것에 대해 찬양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느린 나는 이상했다. 가치 있는 것을 보고, 듣고, 말하는 것보다도... 그저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똥을 싸도 박수를 치는 이런 현상 말이다.




 바쁨은 = 성공이나 유명도가 되는 이 세상.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마치 내 옆에 있으면 뭐 하나라도 줄 것 같은.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그런데 사실상 그러한가?




 오늘은 느림에 대한 찬양을 하고 싶다. 정확히는 느리게 보일 수 있겠지만,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찬미를 하고 싶다. 빠르게만 가다가 부실하거나,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라 탄탄하게 입지를 굳혀가는 것. 그리고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




 실력에 대한 한탄이나, 빠르게 가지 못 한 것에 대한 정신승리가 아닌.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해나가는 것. 속도보다는 방향에 충실한 것.




 빠른 사람이 되세요라는 세상의 메시지로부터 잠시 멀어져, 나다운 것을 찾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쌓아나가는 것.




 어쩌면 나는 그 동안 느리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 했던 것 같다. 빨리 00를 해야 돼. 빠르게 00가 되어야 돼. 평범하지 않고 탁월해져야 된다는 생각. 대체 내가 왜 꼭 그래야만 하는 지.




 사실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아야 돼. 내신을 잘 받아야 돼. 인서울 대학에 가야 돼. 대기업에 가야 돼.




 결국 내신을 잘 받고, 인서울 대학도 가고, 유명한 회사에 들어갔지만 과연 행복했는가?




 오히려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돈이 없어서 네임밸류 대신 그냥 저렴한 학비의 노스다코타대에 갔을 때가 더 행복했다. 너무나 추운 지방이라 알래스카의 도시들보다 더 춥기도 해서, 미국에서 2위로 추운 지역이었지만. 그 덕분에 미국 애들이건 한국 애들이건, 밖을 나가지 않고 기숙사 로비에 옹기종기모여 함께 공부하고, 밥을 먹으며 지냈었다. 네임밸류 없는 학교, 추운 지방의 인기 없는 그 학교에 있을 때 오히려 행복했던 아이러니가 있었다.




 대학을 잘 가야된다, 좋은 회사를 가야된다. 이 역시 자의식 과잉이 아닌가 싶다. 왜 나는 꼭 강사를 해도 스타강사를 해야하고, 강연가를 해도 스타강연가, 명사를 해야된다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던 걸까? 그것도 매우 빨리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왔다.




 스트레스는 어쩌면 빠르게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것에서 받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사람은 결국에 다 죽는다. 생각이 들지 않기도 하고, 와닿지 않기도 하겠지만 결국 그렇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이 시간 하루하루 가치있고 소중하게 쓰는 것이, 빨리 무엇이 되야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이 시간들을 견디고 이겨내면, 언젠가는 내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자의식 과잉보다, 그저 생존력을 높이자. 나는 특별하지 않다. 주문을 외우자. 나는 특별하지 않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자. 그렇다면 요즘 흔히 말하는 충조평판. 충고, 조언, 평가, 판단에 흔들리지 않을 지어니.




 “나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서는 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거북이는 느리게 헤엄친다. 그래 조금은 천천히 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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