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언니 조규림 에세이)
이제 나도 다시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
사실 나는 최근 한 3년 동안, 내 삶을 살기보다는
내 남자친구의 여자친구로서의 삶을 살아갔다 ㅋ
우린 강사커플이자 ㅋ 크리에이터 커플임 ㅇㅇ
그래서 내 콘텐츠보다 남친 콘텐츠가 더 엣지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건 누구나 말해왔던 바이다
그래서 나도 내 리소스가 내꺼 개발하는 것보다
남친꺼에 몰빵해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ㅇㅇ
어차피 우리는 결혼을 할 사이이기 땜시 ㅋ
부부가 될 것이기 때무네 ㅋ
내 모든 시간과 자원의 리소스를
그의 콘텐츠에 몰빵을 한 거시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흘러
브랜드는 성장기의 아가처럼 쑥쑥 자라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나도, 그도, 그의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모두가 해피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도 뭐 나쁘지 않게 ㅋ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그렇게 살아왔다
나는 원래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딱히 내 의견과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내 인생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3년 정도의 시간이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너 뭐하는 애니?"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저요? 아 저는... 저는 N잡러구요. 저는 N사업러구요.
저는 K-인플루언서 대표구요. 저는 크리에이터구요.
저는 취업이나 커리어코칭도 하구요. 저는 그런 사람이에요
저는 다능인이에요 헤에..ㅎ"
이렇게 이야기하면,
"오잉? 또잉? 그래서 그 동안 뭐했는데?"
"아 저는 ㅎ 남자친구 콘텐츠도 함께 개발했구요
퍼스널 브랜딩도 함께 잡아줬구요
유튜브도 함께 기획해줬구요 ㅋ
공모전에 나갈 수 있게 도와줬어요 헷...ㅎ"
"응? 그래서 너는 뭐야?"
"아... 저는... 아 저는...;; ㅎ;;ㅠ;;"
이렇게 되는 것 같았다.
우리 둘은 함께 해서,
이제 결혼 준비도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나아졌는데...
모든게 내가 기획한대로,
계획한대로 잘 되어가고 있었는데...
부부가 되면 상관이 없다는 말
부부는 함께 돕는 거라는 말
그런 말들이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더라
나에게는 작은 것이라도
정말 작은 잡화점이라도
내꺼 하나 하는 거
그게 나는 중요한 사람이었던 거다
예를 들어 사주를 보러가면
나는 내꺼 해야되는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사주라는 것이 신빙성이 있든 없든
나는 내꺼를 해야되는 사람이 맞았다
나는 다른 사람을 서포트하는 게 내가 잘 하는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한 때 나의 꿈 같은 것은
내가 앞에 나가는 것은 살짝 무섭고 두려우니,
남편될 사람이 사업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면 나는 참 잘 서포트하고
함께 사업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해보니
물론 잘 하긴 하지만
나는 그냥 내 글을 쓰고
내 영상을 만들고
하루 종일 글쓰고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 같은 일들을 하고 싶었다라는 것을
3년이 지난 후에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나에게 의미없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나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비록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당장 할 수 없을 지 모르나
할 수 있는 일을 버티고 버티고 버티면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때가 온다고
지금 나에게 그런 때가 온 것 같다.
다시 세상에 나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살짝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의도치 않게 나의 경력들은 많이 단절이 되었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세상이라는 바다에 내 온 몸을 한 번 던져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빠져서 허우적 거릴 것이다
남자친구라는 든든한 배가 없이...
내가 함께 만들어 이제는 큰 배가 된 그가 없이
아니 그냥 구명보트 하나 없이
수영도 제대로 못 하는데
튜브 하나 없이
내 온 몸을 바다에 내팽개져진 것처럼
허우적 거릴 것이 뻔하다
하지만
내 힘으로 이 바다를 헤쳐나가
모든 시련과 고난을 헤쳐나가
육지로 간다면
나는 그럼 그 때
내 자신에게 오히려 미안한 일 없이
내 자신에게 너 참 잘 했다
"너 참 대견하다"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경제적인 선택, 효율적인 선택, 사람들이 권하는 선택, 타인들이 필요로 하는 선택,
적합해보이는 선택, 좋아보이는 선택, 이 세상의 기준에 맞아보이는 선택, 상식적인 것 같은 선택이 아니라
내 기준대로 살거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이제 그런 선택을 해도 될 만큼
많이 잘 해왔다
이제 나도 드디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펼칠 수 있는 때가 왔다
내가 그 동안 못 했던 것은
남자친구를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이에요와 같은
어줍짢은 자기 합리화 같은 거는 이제 집어치우려고 한다
나는 내 인생과 내 시간과 내 삶과 내 몸뚱이와 내 가치관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한 명의 성숙한 성인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나를 건져줄 배나, 구명보트나, 튜브가 없이도
세상이라는 바다에 나를 내던지자
P.S 이제 나를 도와줄 차례라고 말해준 남친 ㄳ
앞으로 잘 부탁드림 ㅇㅇㅎ
저흰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업무적으로 약간의 분리를 시도해보는 것일 뿐ㅎ
나의 든든한 울타리를 자처해주었지만
혼자서 나아갈 거라고 말하는 철부지 여친...
일생을 철이 너무 들어 애어른 같았던 나인데..
그런 내가 철없이 살아도 괜찮을 수 있게 해줘서
철부지 소녀처럼 다시 만들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남자친구님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