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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다

내 계획, 선택, 행동, 말이 쌓여 내가 된다


#모든 것은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다.

 매일 야근을 10시 넘어서까지 했었다. 회사의 매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했기 때문에 밤 10시 넘어서 퇴근해야했다. 그것도 매일매일.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해야 할 지 기약도 알 수 없는 채로.

 회사에서 늦은 밤에는 야근택시비를 내 주었다. 택시비 영수증을 A4지에 꼬박꼬박 붙여보니, 1달에 88만원이 나왔다. 집이 인천이고 회사는 강남쪽이라... 88년생 나, 88만원 세대, 88만원의 택시비. 88둥절 했었다.

 88만원 세대는 청년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88만원 근처를 버는 꼴을 면치 못 한다는 말이다. 나는 택시비가 88만원이었지만, 내 월급도 삐까뻔쩍한 건 아니었다. 같은 대학, 같은 과 나온 친구들 중에서는 내가 제일 못 벌었으니... 유럽에는 1000유로 세대 이런게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매일 야근택시를 탈 때마다, 내가 가장 즐겨듣는 음악은 <선미 : 24시간이 모자라>였다. 결국 혼자인 엄마까지 떠나, 나는 봉천동에 가장 싼 원룸에 터를 잡았었다. 어두컴컴했다. 바닥에는 이상꾸리한 레드카펫이 깔려있었다. 사람을 두고 굳이 복도청소를 하진 않겠다는 수전노 건물주 할아버지의 각오가 담겨보였다.

 12시가 넘어서 퇴근을 하고 야근하다 집에 오면 바로 잠들었다. 청소를 할 시간도 없었다. 그 때 나는 매우 어리고 젊었다. 그러나 내 젊음을 팔아 일을 해서, 시간거지인생을 살았다. 정말이지 내 시간이 없었다.

 운동이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 하루 종일 12시간 넘게 회사에 앉아 일을 했다. 척추측만증, 거북목, 터널증후군, 스트레스로 인한 근종들까지 겟겟함.

 터널증후군은 너무 심했다. 오른 손을 쓸 수 없어졌다. 오른손에 반깁스를 하고, 왼손으로 마우스를 했다. 오른손잡이의 왼손 마우스질이라니 참 어색하니 볼만했다.

 그 때 얻은 내 모든 병들은 아직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특히 심장이 너무 많이 뛰어서 힘들었다. 처음에는 부정맥인가 싶었다.

 오죽하면 야근 택시를 타고, 택시기사님께 여쭤보기도 했다. 매일 야근을 해서 친구도 없고. 하루 중 이런 저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상대가 기사님밖에 없었다.

 “기사님, 제가 심장이 너무 빨리, 많이 뛰는데요.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슬로건을 잊었다.

 택시기사님은 “그거 운동을 안 해서 그래요. 하루 1시간씩만 걸어보세요.”

 택시기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택시기사님들은 때때로 의사같았고, 상담사같았고, 인생 선배같았다.

 귀한 조언을 얻었지만, 하루 1시간 걷기는 나에게 사치였다. 나는 시간거지였으니까. 내 인생인데... 산책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집에 오면 밤 11~1시 정도였으니까.

 그 때부터였다. 대학생 때는 밤새 놀아도 멀쩡하던 내가 심장이 안 좋아진 것은... 이번 주에는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아가씨 큰일날 사람이네. 심장이 발랑거리는 건, 공황장애 뿐만 아니라 심장이 안 좋은 거예요” 라고 했다.

 나도 어느 정도 스스로 알고 있었다. 요즘 내 몸 상태가 좋지는 않다는 것을. 종종 목졸리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어른 남자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으니까.

 “아가씨, 돌연사하는 사람이 휴... 아가씨 같은 사람들이에요. 심장 굳어지는 것도 모르고 이렇게 살고...”

 열심히 살았던 흔적들은 좋게든 나쁘게든 남는다. 모든 것은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지나치게 열심히 살았던 나의 지난 회사생활. 그 때 얻은 병은 아직도 있다.

 참 신기한게 병이라는 것은, 병나는 것은 그냥 나버리는데. 고치려면 너무너무 힘들다. 다이어트랑 비슷한 것 같다. 살은 쉽게 찌는데, 빼려면 진짜 잘 안 빠지는 것처럼. 그 때 생긴 병들은 그렇게 나으려고 좋은 것도 챙겨먹어보고, 약도 먹어보고, 치료도 받아보고 해도. 낫지를 않는다.

 안 좋은 면만 이야기 했지만, 사실 모든 것에는 명암이 있었다. 그 때 배웠던 일하는 방법들, 인내심, 영업력 등으로. 나는 아직도 먹고 사는 지도 모른다. 굉장한 스파르타 & 하드트레이닝이었다. 모든 것은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내가 했던 계획, 선택, 내가 했던 행동, 내가 했던 말,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이 내 시간 속에서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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