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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하 Sep 20. 2022

슬라보예 지젝의 자유론 리뷰_EP. 01

[Classes review]


Slavoj Zizek : the Theory of Freedom - Lesson 01 <How to be Free>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자유를 논한다면 무슨 말이 나올까요. 대부분은 선택의 자유, 표현의 자유 정도가 나오겠네요.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유란 완전무결한가?>와도 같은 의구심이 말이죠.


    01. 선택의 자유


인간은 스스로 선택할 때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선택을 할 때 자유로움을 느끼시나요? 저도 일정 수준의 자유는 느끼긴 합니다만, 완전하지는 않지요. 예를 들어봅시다. 햄버거를 먹으려고 패스트푸드점에 갔습니다. 햄버거와 함께 제로콜라를 시키려는데 제로콜라의 원액이 모두 소진되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일반 콜라와 제로 사이다 중에 제로 사이다를 고릅니다. 이 경우엔 선택의 자유가 완전하다고 보이시나요?


이런 건 선택의 자유라고 보기 힘들겠죠. 객관화된 선택의 자유는 절대로 완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선택의 자유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바로 주관식의 선택의 자유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학생들에게 깨끗한 A4용지를 나눠줍니다. 

A교사는 이렇게 지시합니다: <종이에 네가 쓰고 싶은 너의 이야기를 써볼래?>

반면에 B교사는 이렇게 지시하네요: <종이에 지난 방학, 여행했던 장소에서 겪은 사건 중에 인상 깊었던 경험을 구체적으로 써봐.>

이 중에 어느 것이 더 자유를 보장한 지시일까요? 그래요, A교사의 지시가 좀 더 추상적인 지시로, 더욱 광범위한 선택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선택은 구체적일수록 자유롭지 못합니다. 소수의 선택지가 있는 것이 어떻게 자유로울 수가 있을까요.



    02. 진정한 자유


하지만 선택을 하는 것 마저도 프레임이 있기에 진정한 자유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진정한 자유란 무엇이란 말인가요.


위대한 수업 2, EBS1 제공

바로 스스로 규칙을 바꿀 자유라고 합니다. 1 챕터에서 말씀드린 대로 구체적인 자유가 의외로 제한적인 자유임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 곧 자유의 틀(Frame)을 바꿀 자유의 눈을 얻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이 진정한 자유는 인간 언어 자체에 내재합니다.


        a. 규칙을 바꿀 자유와 표현의 자유


위대한 수업 2, EBS1 제공

위 사진의 주인공은 러시아의 광장에서 <두 단어>라고 적힌 종이를 들었을 뿐인데 경찰에게 체포당했습니다. 이유는 심플합니다. 이 여성은 <두 단어>라고 썼지만, 경찰을 포함한 모든 러시아인은 이 것을 <전쟁 반대>로 읽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언어의 규칙을 비트는 것, 이것이 규칙을 바꿀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브런치를 하시는 여러분이 모르실 리가 있겠냐만은, 표현의 자유와 혐오는 엄연히 다른 물건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스펙트럼이 일치하는 자유는 바로 창조적 자유입니다.



    03. 최고의 자유


서술한 대로, 진정한 자유라는 것에 약간의 귀차니즘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최고의 자유는 자유와 필연성이 일치할 때랍니다. 예를 들면 사랑 같은 거겠죠. 사랑에 빠진 후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이 밖에 제가 구상한 예시를 하나 더 들까 합니다.


자, 당신은 의사입니다. 어느 날 고생 끝에 휴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멕시코로 가게 되었네요. 아이고 저런, 여행을 즐긴 지 얼마 안 돼 총격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당신은 총격에 당하지 않았습니다만, 공항에서부터 친해진 바로 옆에 있던 멕시코인이 총격에 당해 쓰러져 있습니다. 총상이 심해 당장 수술을 해야 합니다. 다만 아직도 갱단이 주변을 접수한 상황이라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네요. 즉석에서 수술하려는 그때, 환자의 직장동료가 제지를 하며 묻습니다. <당신, 의사 면허증 있나요?> 아뿔싸, 면허증을 한국에 두고 왔네요. 직장동료가 수술을 거절합니다. 안 돼요, 이대로 두면 이 사람은 곧 죽습니다, 치료해야 해요. 이 근처에 의사는 저밖에 없단 말입니다.라고 설득을 하지만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때, 환자가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 증언을 합니다. <이 봐, 이 사람은 의사가 맞아. 그에게 익숙한 약품 냄새가 나. 그리고 공항에서 대화도 했어. 전문의학지식이 있는 사람이야.> 환자의 증언 덕분에 수행기사의 제지를 벗어나 응급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느낌이 오시나요? 총격사건이 발생한 그 장소(where), 그 시간(when)에 의학지식과 기술(how)이 있는 내가(who) 있을 때, 의사 면허증(what)의 부재를 대체할 관계(relation)를 통해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런 자유와 필연성이 일치할 때를 최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필수조건이 되겠습니다. 이 요소들이 규칙에 속박되지 않고 맞물릴 때, 완벽한 동기(PERFECT WHY)가 부여되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자유를 최고의 자유(Best of Freedom)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Perfect Why 이론은 제가 구상한 이론입니다. 골든 서클 이론 기반에 관계(relation)를 더한 것인데요. 여러 생각을 하며 살다 보니 관계는 컨트랙트보다 한 차원 높은 개념임을 근래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관계는 항상 계약(contract) 보다 오래가며 강력합니다. 이 공식을 파악한 저는 골든 서클 이론에 접목시키고 연구를 하게 되었지요. 하물며 지젝의 자유론까지... 공부는 정말이지 끝이 없네요. 여러분의 생각이 문득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강의 다시 보기: 위대한 수업 (e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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