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정지용

by 란파색깔기애베개

넓은 볕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짧은 감상

: 이 시는 온갖 서정적 표현이 담겨 있는, 서정시의 궁극입니당! 서정적인 표현들을 끌어 모아 향수(그… 몸에 뿌리는 게 아니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nostalgia예요!)라는 주제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한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후렴구가 그 주제를 확 느끼게 해주고 있네여.

저는 아직 학생이라 그렇게 고향을 바라는 향수는 없는데요, 언젠간 향수를 느낄 날이 오겠지요. Nostal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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