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도 재건축이 됐음 좋겠다
■ ....가 재건축이 된대!
며칠 전, 뜬금 없는 시간대에 아내에게서 문자와 기사 링크가 하나 왔다. 평소처럼 가벼운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달랑 한 문장. “여보,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된대.”라는 소식과 문자였다. 은마 아파트 재개발 처럼 십년 넘게 없었던 이야기도 아니어서 처음엔 그냥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생각이었지만 링크를 열자마자 뉴스를 뒤덮은 단어들이 눈을 때렸다. 신세계 참여, 수조 원, 복합개발, 40년 노후시설, 상권 변동, 00기업 3일째 상한가, 관련 주가 급등 등, 그야말로 도시 전체의 판도가 움직이는 규모였다.
기사와 댓글을 읽으며 스크롤을 내리다 문득 깨달았다. 강남의 재건축, 재개발은 단지 새 건물을 짓고 구획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기업과 사람들의 재산관까지 흔드는 ‘대형 경제 이벤트’라는 걸. 나의 마음에 조차 서울 경제 지도가 바뀌는 계획에 행여나 권역 귀퉁이에 있는 우리 집에도 영향을 미칠까 행복회로를 돌려보는 것이을 보니 실로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반면에 이렇게 강남 재개발, 재건축이 도시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것과 달리 내가 자라온 강북의 재개발, 재건축은 훨씬 현실적이고, 훨씬 복잡했다. 좁디 좁은 골목들이 맞닿아 있는 구획에 여기저기 잘게 나뉜 지분, 토지 종별로 상가와 단독·다가구가 명확히 구분 되지 않고 섞인 구조, 세입자와 점포의 생계 문제까지 걸려 있다 보니 구획단위 재개발이나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면 도시계획보다 사람의 사정이 먼저 등장했다.
한 다세대 주택에서 40년을 살아오신 아버지의 재건축에 대한 생각을 통해 그걸 가장 단단히 체험했다. 재건축 얘기만 나오면 아버지는 늘 계산기와 한숨을 동시에 꺼내셨다.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어디 살지? 귀찮게 시리”, “집값 오르는 거나 분담금이나 비슷할텐데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아파트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강북의 재건축은 ‘가성비나 새로운 미래’보다 가족의 생계와 안전이 먼저인 상황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재개발, 재건축 자체를 귀찮아하거나, 아예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때 느꼈다. '재개발, 재건축이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아니구나. 누군가의 꿈이지만, 또 누군가의 불안이기도 하구나.'
내가 어린 시절에 강남은 ‘새 도시’, 강북은 ‘낡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제는 정반대의 장면이 펼쳐 진다. 압구정·반포·대치·개포…강남의 주요 단지들은 이미 40~50년차를 넘어섰고, 이곳이 재개발이나 재건축 얘기만 나와도 서울 전체 가격이 움직이는 출발점이 되었다. 반면 강북은 곳곳이 정비되면서 오히려 동네별로 새 아파트가 먼저 들어선 지역도 있다. 참 재미있는 역전 현상이다. 강남은 ‘낡아서 재건축을 기다리지만 여러 이권과 사회적 논란으로 정체된 도시’가 되었고, 강북은 ‘재개발, 재건축을 하려해도 기준충족이 되지 않고, 법규가 복잡해서 속도가 더딘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와중에 강남 고속터미널의 재개발은 기사 속에는 개발 호재만 가득했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건 밖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재개발의 이면에 있는 터미널 안의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고터의 상징 같은 꽃집, 서점, 잡화점, 고토몰의 오래된 의류가게, 식당, 출퇴근을 위해 터미널이 삶이 터전이었던 사람들...재개발이 되면 이들은 어디로 갈까?
재개발은 멋지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공간을 잃고, 관계를 잃고, 수십 년 이어온 삶의 결이 깨진다. 그걸 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부른다. 그래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도시는 바뀌어야 하지만,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고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이 밀려나는 방식으로 바뀌면 안 된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을 위해서도 안전을 무시할수는 없다. 고속터미널처럼 40년 넘은 시설은 안전·화재·배관·교통량 등 현실적 문제도 크다. 이건 감성이 아니라 필요다. 결론적으로 재개발은 해야 한다. 하지만 속도·수익·규모만 따지면 도시가 비틀린다. 공공성, 원주민 보호, 상권의 연속성과 같은 가치도 같이 설계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서 도시는 ‘새 건물’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도 비오는 날 아이들 데리고 돌아다닐 곳이 생긴다는 것이, 경부고속도로를 접근하는 방법이 좀 더 나아진다는 것이 기대가 된다.
■ TMI : 은마 아파트는 2100년에도 그대로 일까?
A) 아닐수도 있다.
• 은마아파트 재건축 가능성이 매우 높은 근거
- 2025년: ‘신속통합기획 시즌2’ 적용 + 정비계획 통과
2025년 10월, 서울시는 은마아파트를 ‘신속통합기획 (신통기획) 시즌2’의 첫 적용 단지로 공식 지정했다. 이어 2025년 9월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 위원회에서 정비계획 변경안이 수정가결되었고, 최고 49층, 총 5,893세대 규모의 재건축 계획이 확정됐다.
- 빠른 사업 속도
시는 통상 18.5년 걸리는 정비사업을 신통기획을 통해 12년으로 단축 가능하다고 밝혔고, 은마아파트는 2030년 착공, 2034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2025년 현재 정비계획 통과까지 빠르게 진행된 점도 재건축 현실성을 보여준다.
- 수요 + 입지 + 수익성이 모두 겹친 노후 대단지
은마는 1979년 준공된 14층·4,424세대 규모의 노후 단지였다. 대치동 학원가, 교통·생활 인프라, 학군 등 입지 조건이 좋아서 ‘재건축 대어’로 오랫동안 꼽혀 왔다. 이번 재건축안에서는 5,893세대 + 공공주택 포함 + 공영주차장, 도서관, 공원 등 공공시설 계획까지 포함돼 있어 단지 전체가 미니 신도시급 재탄생이 가능한 구조로 재개발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다 = 무난하게 된다”는 건 아니고, 여전히 아래와 같은 난제들이 남아 있다
- 조합원 간 갈등 & 분담금 문제: 은마는 과거부터 조합 설립 추진위만 20~30년 지속됐고, 세입자·상가 소유주·상권 종사자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언제든 갈등이 생길 수 있었다는 보도가 많다.
- 공공주택 + 공영주차장 등 공공요소 포함: 새 계획에는 공공주택 1,090세대 포함, 공영주차장 설치, 공공도서관·공원 등 요구가 붙었고, 일부 조합원이나 주변 상권에서는 “공공성이 과도하다”, “조합원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시장 변화 및 금융 규제 리스크: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호가는 이미 급등했지만, 금리, 대출 규제, 공급 과잉 우려 등이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제도와 계획이 정비되었고 물리적 조건도 갖춰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람들의 이해관계, 자금 흐름, 그리고 외부 경제 변수가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 결론: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가능성 매우 높고, 실제로 진행 중”이지만... 20년 째 진행중이다.
■ AI 시대 육아 성찰
재개발을 아이에게 설명할 때 중요한 건 도시가 얼마나 커지고, 집값이 얼마나 오르는지가 아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꼭 알려줘야 하는 건 ‘변화와 개발을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감각이다.
강남의 재개발이 보여주는 것은 미래의 수요를 읽고, 사회가 감당해야 할 구조를 미리 준비하는 힘이다.
강북의 재개발은 사람과 장소를 잇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배려의 가치가 담겨 있다.
이 균형감각을 갖춘 두 시선을 함께 가진 아이만이 AI 시대처럼 계산과 효율이 중심이 되는 세상 속에서도 자기만의 판단과 인간중심의 감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
여러분의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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