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제과점 vs 강북 빵집

프랜차이즈 제과점도 좋지만, ‘우리 동네 빵집’ 하나쯤은 남아 있기를

by 애셋요한

■ 일요일 아침 산책을 나온김에 브런치를 먹으려 했다.

아내와 아이 손을 잡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때, 프랜차이즈 빵집 간판 앞에서 멈췄다. 형형색색의 빵들이 쇼케이스 안에 먹음직스럽게 전시되어 있고, 메뉴판에는 각종 브런치 식단이 나열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눈이 동그래진다. “아빠, 빵! 오늘은 빵 먹고 싶어!” 그 순수한 외침을 듣는 순간, 나는 자연스레 내가 어릴 때 먹던 빵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빵집은 지금처럼 전국 체인점은 아니었다. 동네마다, 골목마다, 그 집만의 냄새와 그 집만의 대표빵이 있었던 시대였다.


강남의 빵 냄새 — ‘브랜드’가 되기 전의 브랜드

강남에서 자란 아내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강남 빵집들은 지금도 명맥을 이어가는 김영모 제과점, 나폴레옹 베이커리 같은 곳이다. 아내는 말한다. “우리 동네는 사라다빵이면 김영모, 모닝롤은 나폴레옹이었지.” 그 말엔 어린시절 추억이 서려있었다. 김영모 제과는 몽블랑이, 나폴레옹 빵집은 사라다 빵이 유명하다고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지만, 아내에게는 당시 맛있었던 빵들로 기억되고 있다. 강남의 빵집들은 당시에도 가격도 꽤 있었고, 고급 재료를 쓰는 대신 메뉴도 세련돼 있었다. 방금 구운 크루아상이나 갖가지 디저트가 전시되는 주말이면 다른 곳에서도 빵을 사러 찾아오는 줄이 길어 도로까지 이어진 적도 많았다 한다. 그러니까 강남의 빵집은 단순한 “빵 파는 곳”이 아니라 그 동네의 상징이자 ‘지역의 얼굴 역할’을 하는 명소였다. 지금 말하는 지역 명소(로컬 스팟)의 원조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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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과자점은 성북구에서 시작되었다.


강북의 빵 냄새 — 더 소박하지만 더 따뜻했던 맛

내가 자란 강북의 빵집은 그런 화려함보다는 친밀함과 일상성이 더 컸다. 맘모스빵, 슈크림빵, 소보로빵. 이름만 들어도 입 안에 자동으로 침이 고이는 바로 그 라인업. 우리 동네에는 두 군데 유명한 빵집이 있었는데, 한 집은 크림빵이 맛있고 다른 집은 식빵이 부드럽기로 유명했다. 간호사였던 어머니는 야근으로 늦으시는 날에는 늘 퇴근길에 두 곳 빵집을 모두 들르셨다. “이 집에서는 식빵을 사야 하고, 저 집에서는 소보로를 사야 해.” 두집은 같은 빵이라도 맛 자체가 “대체 불가능”했다. 프랜차이즈처럼 표준화된 맛이 아니라 그 집만의 손맛과 기계 소리, 노란 전등 아래에서 묻어 나오던 특유의 맛이 있었다. 그 식빵으로 토스트를 구우면 집 안에 퍼지던 고소한 냄새, 아침이 되어도 촉촉한 소보로 빵의 감촉은 어린 시절의 ‘우리동네 빵집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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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빵집이지만 어느 지역에서는 수복빵집처럼 내공이 엄청난 곳도 많다


빵집을 나누는 게 무의미한 이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빵집을 강남·강북으로 나누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강남이든 강북이든 잘하는 집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그 기억은 그 동네를 오래가는 브랜드로 만든다. 대전의 성심당처럼 지역과 함께 자라 전국구 명성을 얻은 빵집처럼, 동네 사람들의 발걸음, 취향, 정서가 오랜 시간 한 공간에 쌓이면 그건 단순한 빵집이 아니라 지역 문화의 한 조각이 된다.


프랜차이즈 시대 — 장점도 있고 아쉬움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빵집 하면 프랜차이즈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동일한 맛, 동일한 가격, 비슷한 인테리어와 서비스. 편리하고, 깨끗하고, 실패할 확률이 낮다. 부모들에게도 부담이 적고 접근성도 좋다. 그러나 이 장점 뒤에는 지역의 맛과 개성의 소멸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이름난 인플루언서 빵집들이 00 베이글뮤지엄처럼 한 번 휩쓸고 지나가다가 3~4년 사이에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유행을 탄 만큼, 유행이 지나면 떠나는 것이다. 그 자리를 다시 채우는 건 비슷하게 생긴 프랜차이즈 빵집들이다. 맛은 평균 이상이지만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빵, 그러다 보니 어릴 때 추억으로 남을 ‘동네만의 맛’이 사라지는 아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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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크라운 베이커리는 어디로 갔을까?



다시 살아나는 ‘로컬 빵집’— 지역성을 향한 작은 반발

흥미롭게도, 최근 몇 년 사이 수제빵·동네베이커리·소규모 로스터리 카페들이 젊은 세대에게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프랜차이즈에서는 안 파는 빵을 먹고 싶다.”,“그 집만의 빵이 있다.”, “맛이 매번 조금씩 다르지만 그게 매력이다.”, “동네 가게가 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이런 말들이 SNS, 블로그에서 흔히 보인다. 특히 ‘오월의 종’, ‘브레드05’, ‘퍼블리크’, 그리고 지방에서는 ‘삼송제과’, ‘성심당’ 같은 브랜드는 지역 내에서부터 입소문이 퍼져 기업 수준으로 규모가 확장되었다. 이건 프랜차이즈가 놓친 ‘지역성’에 대한 반응이고, 무언가 특유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흐름이다.


아이와 공유하고 싶은 맛

아이의 손을 잡고 빵집에 들어갈 때 나는 은근히 이런 생각을 한다. “아이에게도 내가 어릴 때 느낀 동네 빵집의 그 분위기를 한 번쯤 느끼게 해주고 싶다.” 동네에서 오래되었다면 프랜차이즈 빵집도 상관없다. 단지 매일 지나치며 향을 맡던 빵집에 들어섰을때 들이치는 버터향과 구운 빵 냄새, 시간이 지나 추억을 되내어 줄 식빵 한 조각, 겉바 속초 소보로를 엄마 아빠와 같이 먹는 기억은 어떤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한 맛은 인간에게 가장 오래 남는 기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먹었던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동네의 추억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고 매주 일요일 아침 동네 빵집의 바게트와 크로와상을 먹는 우리 가족에게는 빵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다. 일요일 아침 온가족이 같이 보는 동물농장처럼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빵을 사오는 동네 분위기, 그때 잡고 가던 아빠 엄마의 손, 그 모든 추억을 담는다. 그래서 나는, 강남이든 강북이든 상관없이 그 동네만의 빵집이 하나쯤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그 맛을 아이와 나누고, “아빠는 어릴 때 이런 빵을 먹었단다” 하고 한 입 베어 물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우리만의 추억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프랜차이즈가 세상을 채우는 시대일수록 로컬의 냄새를 하나쯤 지키는 것은 다양성이 살아있는 도시의 품격이자,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라고 믿는다.



■ 제빵 사관학교라 불리는 나폴레옹 빵집 창립자는 파티쉐일까?

NO.


55년의 역사를 가진 나폴레옹과자점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독립 제과점으로 유명하다. 특히, 제빵 사관학교로 유명한데, 우리나라에 17명인 제과명장 중 7명이 나폴레온과자점 출신이다. 그 이유는 창립자인 양인자님이 제과기술이 없었고, 경영과 제품개발, 생산을 분리하여 당시에는 생소했던 제빵살를 빠티시에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해외유학과 고급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 경영철학과 합리적 가격과 높은 품질을 이어나가 2018년에는 제과업계 최초로 서울 미래 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23년에는 백년가게에 선정되었다.

스크린샷 2025-12-02 195057.png 나폴레옹 과자점 출신 명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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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 육아 성찰 — 빵 한 조각에서 배우는 ‘정체성’의 힘

아이와 빵집에 들어가면 그저 간식을 고르는 순간 같지만, 사실 그 안엔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에게 꼭 필요한 가치가 숨어 있다. 요즘 세상은 어떤 것도 금방 복제되고, 어디서나 같은 맛이 나고, SNS 한 번의 유행으로 하루 만에 전국이 뒤집힌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중요한 건 지역성, 로컬리티(글로컬리제이션, Glocalization), 나만의 취향이다. 아이에게 남는 건 그 시절, 가족과 함께 먹던 빵 한 조각이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고 복잡해지지만 ‘나만의 동네 맛’을 기억하는 아이는 AI 시대, 알고리즘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세상을 보는 눈를 가진 사람으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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