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자가 vs 강북 자가

서울 강남/강북에 자가 있는 1주택자 부모님 이야기

by 애셋요한

■ 양가의 부모님은 서울에 자가가 있(었)다.


아내는 어려서부터 서울 강남 아파트에서 살았다. 정확히 말하면 “강남 토박이”다. 그런데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잠시 전세로 옮겼고, 그 몇 년 사이 강남 아파트 가격은 하늘로 치솟았다. 다시 강남 입성을 시도 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결국 선택한 건 강남의 적당한 연식의 빌라였다. 그 빌라마저 시간이 지나니 물론 가격은 올랐다. 하지만 ‘강남의 아파트’와는 달리 물가상승과 아파트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진 못했다. 결과적으로 빌라 가격이 올라봐야 재산세만 더 내지, 실질적으로 살림살이가 달라지는 건 없었다.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생각하면 동네의 편의 인프라와 편리한 교통 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자산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사실상 상대적 박탈감도 크고 닭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기분이었다.


강북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겪었다

지방에서 상경한 나의 부모님도 처음엔 강남에 터를 잡아볼까 고민하셨다. 아파트 가격이 지금처럼 ‘은하계 급’이던 시절은 아니었고 심지어 강남 아파트와 강북 다세대의 연립주택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직장은 서울 중심부였고, 출퇴근을 감안하면 조금 조금 더 가깝고 교통도 좋은 강북의 다세대가 나았다. 그 선택은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때까지 서울에 자가가 있다는 막연한 자기위로로 버티게 해주었다. 심지어 같은 시기 같이 상경한 고모의 강남 아파트가 5배 이상 가격이 오를 때에도 재개발만 된다면 극 격차를 좁힐 수 있을거라 막연한 기대도 하였다. 하지만 희망은 시간이 갈 수록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 다세대 주택이 있는 동네는 2종 주거지역이었다. 높이 제한도 있고, 도로 조건도 애매하고, 무엇보다 세대주민들에게 재건축 동의를 받기가 어려웠다. 주민들은 다들 사정이 다르고, 재건축이 되어 시세가 오른다 해도 부담금이 비슷하게 늘어나버리니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재건축이 된다-> 높은 가격에 판다-> 더 좋은 다른 곳에 들어간다' 라는 상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답은, “팔아봐야 갈 데가 없거나 다시 구축 빌라로 가야한다.”였다. 이미 그 동네도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의 가격차이는 비현실 적으로 벌어졌고, 재건축이 되더라도 그 사이 주변도 기대치로 가격이 올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없었다. 결국 부모님도 재건축 얘기만 나오면, “됐어, 귀찮아. 그냥 여기서 살련다”라고 하신다.


이게 바로 지금 '서울 토박이’가 겪는 현실이다

강남이나 강북이나, 집값은 올랐다. 실제로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많이 올랐다. 하지만 1주택자에게는 그 상승이 ‘현찰’도 아니고 ‘이익’도 아니다. 집은 팔기 전까지는 그저 ‘수치’일 뿐이다. 게다가 팔면 세금·대체 주거비·이사 비용·지역 적응 문제가 따라온다. 서울에서 집을 가진다는 건 부자가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오래 그 동네에서 살아왔다는 기록에 가깝다. 실익은 제한적이고, 이익은 실감이 안 나고, 반대로 관리비·재산세·수선비 같은 비용은 꾸준히 늘어난다. 그래도 부모님이 그 집을 떠나지 못하는 건 단순히 집값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에서 아이를 키웠고, 동네 슈퍼에서 주인 아저씨 이름을 불렀고, 이웃들과 인사를 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집값보다 훨씬 큰 건 “내 삶이 이 집 안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서울 자가의 진짜 가치는 ‘경제’가 아니라 ‘인프라 소비권’ 이다

서울의 1주택 자가가 주는 가장 현실적인 이점은 자산 증식이 아니라 생활권의 품질이다. 학군, 병원, 교통, 도서관, 산책로, 카페·마트·시장, 직장 접근성, 아이들 학원, 문화시설 등 이런 것들이 바로 부모 세대가 누리고 있는 ‘서울 자가 프리미엄의 실제 가치’다. 실제로 부모님도 수 십년을 다니신 성당을 벗어나기 싫고, 몸이 아프면 길건너 큰 병원을 갈 수 있다는 이점이 좀 더 넓고 깨끗한 집보다 훨씬 크다고 하신다. 그들에게는 집 자체로 돈을 버는 건 이미 2채 이상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고, 대부분의 1주택자에게 집은 부동산이 아니라 말 그래로 집이다.


그리고 나에게 서울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곳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강북에서 재산적 가치를 따졌을때 비슷한 인프라를 찾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어려운 이유는 내가 여기서 나고 자라서다. 어릴 때 걷던 골목, 친구와 싸웠던 놀이터, 엄마와 같이 가던 빵집, 아버지가 데릴러 오던 버스정류장, 동네의 냄새, 사람들의 말투…누구에게나 그리운 그런 추억들이 쌓여 있고, 부모님에게는 자식들과의 추억이 서려있다. 집은 그 모든 기억의 ‘그릇’이다. 그래서 나처럼 부모님들은 집값이 오른다고 좋아서 버티는 게 아니고, 집값이 떨어져도 절망해서 떠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 동네가 자기 삶의 일부라서 거기 있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아이들 교육이나, 직장 문제로 한 번쯤은 이사를 갈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은 돌아가실때까지 그곳에서 사실 것 같다.



■ TMI: 20억 원으로 가능한 지역별 아파트를 검색해 보았다.

▷ 서울 강남권: 20억 원으로는 강남 신축 30평대 아파트는 사실상 어렵고, 일부 구축 국민형 평형이나 급매물만 가능하다.

▷ 강북 일부. 경기 과천·성남·하남: 과천, 성남, 하남 등 일부 신축 대단지(예: 과천 32평형 22억 내외, 성남·하남 30평대 10억대 중후반)는 20억 예산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 경기 남부·수도권 신축: 광명, 철산, 하남 미사 등 신축 대단지(25평형 기준 8~9억대)도 20억 예산으로 매수 가능한 사례가 있다.

▷ 지방 광역시: 일부 신축 단지나 대단지 아파트도 20억 예산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요약: 20억 원 예산으로는 서울 강남권 신축은 어렵고, 경기 과천·성남·하남 등 일부 핵심지와 수도권 신축 대단지, 그리고 지방 광역시 일부 단지에서 매수가 가능하다고 한다.(자세한 사항은 주건별로 편차가 큼)

실제로 임장을 다녀보면 현실은 더 막막하다(출처: 네이버)



■ AI 시대 육아 성찰

아이에게 집을 이야기할 때, 돈이나 투자, 시세 차익보다 먼저 알려줘야 하는 게 있다. 한국의 집은 ‘사는 것(買)’보다 ‘사는 곳(住)’이라는 사실이다. 주소 하나에도 우리가 살아온 시간, 동네 사람들과 쌓은 인연, 그 공간이 품고 있는 정서가 녹아 있다. 이런 ‘지역에 대한 감정’, 곧 정(情)과 향수(鄕愁)를 느끼고 지키는 마음이야말로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 즉, 글로컬리제이션(K-Local → K-Global) 의 출발점이 된다.

세계가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결국 한국 사람들이 자기 동네를 사랑하고 그곳에서 나온 이야기를 진심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동산의 숫자가 아니라 자신이 발 딛고 사는 곳을 소중히 여기는 감각이다. 그 감각이 있어야 AI가 세상을 계산하고 정리해버리는 시대에도 자기만의 뿌리와 취향, 그리고 이야기로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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