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블로그는 두 개나 가지고 있다. 하나는 원래부터 쓰던 것이라 남겨두고는 있는데 요즘은 쓰지 않고, 하나는 요즘 주로 쓰는 것이지만 주로 일 관련된 내용만 쓰고 있다. 처음 블로그를 할 때는 일기처럼 편하게 썼던 것 같은데, 어느 시점부터 누군가에게 보일 목적으로, 공들여서 쓴 글들만 올리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글 하나를 쓰더라도 시간이 걸리게 되어 예전만큼 자주 올리지 못하게 됐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글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쓰는 것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덜 경솔하게 되고, 생각을 더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오히려 낫다고 본다. 다만 체력과 집중력을 더 요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뿐.
원래부터 쓰던 블로그는 사실상 보관용이라서 새로운 글을 올리진 않는다.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블로그는 나머지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엔 일 이야기만 올리다 보니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성적인 글을 올리는 것은 조금 낯간지럽다. 이성적인, 일터에서 보이는 내 모습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공유하지 않는, 감성적인 부분에 치우친 내 모습은 분리해두고 싶다. 부끄럽기도 하고, 다른 성질의 것들을 섞어두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을 나의 감성적인 부분을 모아두는 곳으로 만들어보고자 한다. 나의 감성적인 부분은 주로 쓸쓸하다. 처음엔 우울하다고 썼었다. 글 제목도 '우울함을 기록할 곳'이었다. 하지만 별로 우울하고 싶지는 않다. 실제로 우울하다고 느끼더라도 그걸 굳이 글로 적어서 못 박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우울하다는 표현 대신 쓸쓸이라고 썼다. 우울보다는 조금 완곡한 표현 같았다.
나의 내면은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주된 감정은 주로 쓸쓸함이다. 아주 가끔 기분 좋고, 아주 가끔 행복하다. 그래도 그 가끔이 있는 것을 감사히 여긴다. 길을 걷는데 날씨가 너무 좋을 때, 이어폰에서 좋아하는 곡이 흘러나올 때, 커피 첫 모금을 마셨는데 맛있을 때, 읽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여운이 남을 때. 이런 가끔. 좀 더 자주면 좋으련만.
쓸쓸함 감정에 얽매이고 싶진 않은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옭아매 져 있는 것 같다. 벗어나고 싶을 땐 주로 술을 마시거나 달리기를 한다. 하지만 술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다음날 몸과 마음을 더 힘들게 만든다. 달리기는 좋지만, 날씨나 컨디션에 따라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결국 술에 손이 가게 만든다. 가장 싸고 빠른 방법이다. 그래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방법들을 찾아보고 있다.
감정을 글로 적어보는 것도 해소에 좋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항상 일 이야기만 적다 보니 감정에 대한 글을 적어본 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했다. 원래 쓰던 블로그에 가봤다. 그곳에 있는 나는 어렸고, 치기 어렸다. 부끄러워졌다. 새로운 장소가 필요했다. 내 쓸쓸함을 기록할 곳. 여기를 그곳으로 만들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