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들었던 노래, 예전에 봤던 책, 영화들을 다시 보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김영하 작가가 ‘사람은 30세 이전에 들은 음악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듣는다.’라고 한 것처럼, 나도 이제 그럴 때가 되어서 그런 걸까 싶지만, 이유를 뒤로하더라도 요즘의 내가 그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연애라는 것은 꿈도 못 꿨었던 20대 초의 나에게 용돈의 용도는 책, 음반, DVD 정도를 사는 것 밖에 없었다. 덕분에 여태껏 사모은 잡동사니들이 자취 방과 고향 집에 차곡차곡 쌓여있고,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 보고, 듣곤 했다. 그동안은 이전에 보았던 것을 다시 보고, 듣는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느낌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 ‘여전히 좋구나.’ 정도의 되새김만이 있었을 뿐. 하지만 최근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같은 책을 보아도 예전엔 감흥 없이 넘어갔던 부분이 눈에 걸리고, 같은 노래를 들어도 전과는 다른 부분에서 감동을 받고, 집중하게 된다. 아마도 그동안 살면서 누적된 경험들과 감정들이 전과는 다른 감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실로 5년,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꽤나 다른 사람이니까. 이런 걸 보고 ‘소양’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비단 작품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사람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바뀌곤 하니까. 하지만 작품은 변하지 않고, 사람은 변한다. 나의 변화로 인해 정지된 대상에 대한 감상이 시절에 따라 바뀌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예측할 수 없이 변하는 대상의 감상까지 흥미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변하는 것과 한결같은 것, 그 어느 쪽도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변하지 않아서 즐거울 수도, 변해서 힘들 수도 있는 거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흘러가는 데로 살자.